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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새해 첫날 확인된 「발달장애인 ‘가족에 의한’ 평생돌봄 강화대책」의 비극!!

기사승인 2023.01.04  1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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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부터 언론을 통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20대 동생 A씨를 폭행하고 감금하는 등 학대를 한 혐의로 함께 살던 누나 부부가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지난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부모나 가족이 발달장애인을 살해하고 자살하는 등 비극적 사건만 10여 건에 이르고,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발간한 ‘2021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학대사례는 전체 장애인 학대사례의 74.1%(833건)에 이르며. 이 중에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이나 친인척으로부터 학대받은 사례는 298건으로 전체 발달장애인 학대사례의 35.8%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접수된 사례만을 분석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고, 윤석열 정부 역시 지난 11월 29일, ‘발달장애인의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하여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변함없이 발달장애인의 지원정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부모나 가족에 의한 발달장애인의 학대, 살해 등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 책임의 부양의무제와 두 정권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유아기에 부모가 자녀의 발달장애 의심 판정을 받거나 발달장애 진단을 받더라도 필요한 서비스 등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은 전무하다. 부모가 발품을 팔아서 일일이 찾아 헤매야 한다. 발달장애인이 학령기에 학교에 진학하더라도 특수학교,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등 교육에 있어서도 철저히 분리·배제당한다.

발달장애인이 성인기가 되더라도 취업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며, 주간활동서비스 등 낮시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성인기 발달장애인 중 52.0%가 어떤 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고 집에서 혼자 지내거나 부모나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 또한 거의 전무하여 평생을 부모나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 2021년 현재 발달장애인 88.3%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받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70.0%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심지어 형제자매와 함께 살고 있는 발달장애인도 4.3%에 이른다. 이렇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는 농·산·어촌일수록 더욱 심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전적으로 발달장애인의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되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짧은 기사로 A씨 사건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추정하건대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로 인해 발생한 가족 간의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지원체계가 가장 열악한 지역일 수 있는 농·산촌인 전북 임실에서 부모는 A씨에 대한 지원을 전적으로 감당하며 살았을 것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는 재혼을 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어머니는 ‘A씨의 보호자는 누나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걸 보면 A씨에 대한 지원 책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을지 모른다. 누나 부부는 어머니 재혼으로 갈 곳이 없는 동생 A씨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함께 살았지만 열악한 지역사회 지원체계는 지원부담을 누나 부부와 나눠주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사회 지원대책의 부재로 학대를 정당화 시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발달장애 동생을 폭행, 감금 등 학대한 누나 부부의 죄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누나 부부를 학대 가해자로 만든 우리사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현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 합동으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선언했다. 하지만 아쉽게 기존 서비스를 약간 확대하는 것 외에 근본적인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문제는 외면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난 정부의 모든 정책을 비판하며 발달장애인 지원정책도 지난 정부의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이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에는 새로운 서비스로 ‘긴급 돌봄’및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 두 서비스 외에는 기존에 있는 서비스를 약간 확대하는 것, 그 이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정책이 보건복지부로 한정되어 있는 등의 문제로, ‘발달장애인 가족에 의한 평생돌봄 강화대책’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 ‘약자와의 동행’하기를 원하고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하였다면 우리 사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의 근본적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기반하여 발달장애인 지원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을 사실상 유일한 가족인 누나 부부로부터 학대받아 갈 곳이 없는 A씨가 거주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2023. 1. 3.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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