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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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에서 늘어난 병의원·약국 중 75%가 수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부 지방에서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오히려 줄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회와 함께 필수 의료 강화 특별법 제정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조사한 ‘요양기관(병의원·공공의료기관·약국 포함)’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5596곳의 요양기관이 문을 열고 4050곳이 폐업했다. 즉, 지난해 1546곳의 의료기관과 약국이 늘어났는데 이 중 서울·인천·경기 소재 의료기관·약국이 1160곳으로 전체 대비 약 75%에 달했다. 지방은 386곳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남과 충북, 울산의 요양기관 감소가 두드러졌다. 전남은 지난해 94곳의 요양기관이 문을 열고 104곳이 문을 닫아 요양기관이 10곳 줄었다. 이 중 의원급 의료기관이 9곳 줄어들어 지역 내 의료 공동화 현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충북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이 2곳 줄었으며 울산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6곳 늘었지만, 전체 요양기관은 6곳이 줄었다.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의원 정체현상도 보였다. 일반의 의원과 내과,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 지난해 각각 286곳, 148곳, 95곳 늘어났지만 산부인과는 9곳, 소아청소년과는 5곳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 소아청소년과는 코로나19 기간 부침을 겪다가 최근 3년간 신규개업 건수가 폐업건수를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요양기관 증가는 이를 넘어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의료 수요가 덩달아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장성인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지방은 이미 어르신이 대부분이라 이미 의료 수요가 높은 수준이지만 수도권은 이제야 고령화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의료서비스 총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요양기관 또한 증가한 의료 수요와 삶의 질 등을 고려해 수도권으로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방은 환자 자체가 없어 병의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폐업하는 경우는 돈이 없어 파산한 것보다는 환자가 적거나 거주 여건 등을 고려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지방에서는 나이 든 의사나 약사가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 더는 의료기관과 약국을 운영할 수 없어 폐업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요양기관이 수도권으로 쏠리고 문닫는 지방 의료기관·약국이 늘어나면서 지방의료가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역의료를 살리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국회와 ‘필수 의료 강화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영재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필수 의료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필수·공공의료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