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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세대의 육아 열풍시대

기사승인 2014.03.27  14: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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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된 육아, 하루 평균 노동 9시간 이상
육아 돌봄 정책 확대해 나갈 필요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 시대이다. 현대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한 사회 현상과 격대 교육이 버무려지면서, 격대 교육(조부모가 손자손녀를 교육시키는 말)의 또 다른 측면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황혼육아’다. 황혼육아는 맞벌이에 여념 없는 부모를 대신해 조부모가 아이의 양육을 맡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맞벌이 가정 절반가량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자녀의 양육을 맡기고 있다.


손주 사랑 지극하지만 육아로 스트레스 받아
서울시 양천구 신월3동에 사는 이서영(58) 씨. 이 씨는 매일 아침 6시면 부족한 잠을 덜고  일어나 12개월 된 손주를 위한 아침 이유식을 준비한다.
손자가 좋아하는 사골국과 함께 야채 죽을 끓이고, 간식으로 먹일 사과주스도 만든다. 또 중간 중간에 우유를 먹여야 하기 때문에 젖병을 깨끗이 씻은 후 소독을 해놓는다.
이 씨는 맏아들을 결혼시키고, 아들네와 함께 살고 있다. 며느리가 지난해 11월 회사에 복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손자를 맡아 키우게 된 것.
아들과 며느리가 출근한 후 오전 9시면 손주가 일어나 배고프다고 울어댄다. 이 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가 손자를 달래면서 “일어났구나. 우리 손주”하면서 안아준 후, 준비했던 아침밥을 먹인다.
손주는 한창 호기심이 많은 때라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보여 달라고 손가락질 하며 가만히 있질 않는다. 잠이 오는 시간이 되면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엄마를 찾으며 울고불고 하는 등 심한 떼를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손주를 돌보다가도 힘에 부쳐 같이 있는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잠시 맡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육아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이 씨는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졌다. 그러나 가끔 등과 허리, 다리가 예전 같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씨는 “할아버지라도 낮에 같이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손주가 사랑스럽지만 육아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할아버지 남기운(60) 씨는 얼마 전 했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집에서 손주돌보는 것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 씨는 “손주가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모습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 신기하고, 재롱을 떨 때면 사랑스럽다”며 “그러나 손주 돌보는 일이 사실 어렵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씨와 남씨는 아들과 며느리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손주와 하루를 보내고 아이의 투정과 함께 씨름을 한다. 사실 아들과 며느리가 집에 돌아와도 편하게 쉬기는 어렵다. 돌 무렵이 되었는데도 손주가 엄마 젖을 떼지 못했기 때문에 이 씨는 젖을 떼기 위한 시도로 엄마에게 오랫동안 아이를 맡기지 않는다. 또 출근하는 자식들을 위해 손주와 밤에 함께 잠을 잔다. 이 씨의 경우는 사실상 거의 하루 대부분 손주를 돌보고 있는 셈. 주말인 토·일요일에만 잠시 손주를 아들과 며느리가 돌볼 수 있게 하고, 시골에 가는 등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조부모 육아 키우기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에 살고 있는 김여분(60·가명) 씨. 김 씨는 손주를 아기 띠에 메고 장을 보기 위해 인근 재래시장에 나왔다. 점심에 손주 먹일 거리와 과일 등을 사기 위해서다.  김 씨는 매일 아침 7시 근처 딸네 집으로 출근을 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외손주를 돌보기 위해서다. 김 씨는 오후 8시까지 돌본다.
김 씨의 딸 안효은(29·가명)은 친정어머니가 시어머니보다 편하고 의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아이를 맡겼다. 아이는 현재 24개월이다. 어느 정도 대화도 되고,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오랫동안 누군가 돌봐주어야 하는 부분 때문에 고민하다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대상이 친정어머니라고 여겼다.
안 씨는 “요즘은 어린이집도 못 믿겠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육아 돌봄 관련한 정책이 미비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어머니가 힘든 줄 알지만 맡길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육아 돌봄 관련한 정책들이 지금 진행하고 있는 것들은 있지만, 사실 체감도는 낮다는 현실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지역에는 손주 돌보미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사업이 전국적으로 빨리 확대해 나가 황혼육아를 하는 많은 할머니들이 고생을 덜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맞벌이 부부로 인한 황혼육아 늘어나
최근에는 손자·손녀 키우는 ‘손주 바보’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어나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집집마다 아이들이 귀해진데다 맞벌이가 대세를 이루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돌봐주는 ‘황혼육아’가 증가한 영향이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다 보면 할머니들이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아기 띠나 포대기를 둘러멘 할머니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동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0~3세 영아의 70%, 미취학아동의 35%를 조부모가 돌보고 있으며, 영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61%는 조부모를 가장 바람직한 양육자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회적 영향으로 인해 최근에는 황혼육아를 다룬 TV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하고, 60대 이상이 가장 많이 구입한 서적이 육아관련 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제 황혼육아가 특정 가족의 이야기가 아닌 보편적인 사회현상임을 알려주는 사례이다.
하지만 이러한 황혼육아는 조부모의 편한 은퇴시대를 미루게 하고,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2년 조사를 보면 손자 손녀를 돌보는 노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9시간에 가까웠다. 아이를 전적으로 오랜 시간 기르다 보니 디스크, 수면장애, 우울증 등 체력저하 및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조사결과도 집계됐다.

적극적인 제도적 지원 뒷받침 필요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0년 1300여명의 워킹맘(맞벌이주부)을 대상으로 ‘직장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한 정책’을 설문조사했을 때도 응답자의 41.4%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 베이비시터(아기돌보미)의 육성’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았다.
이와 관련, 현재 보건복지부가 연 1092억 원을 들여 ‘아이돌봄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서울시의 경우도 구청별로 60~70명의 방문돌보미가 활동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돌보미들이 정해진 가정을 고정적으로 방문하다보니 맞벌이 가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갑작스런 수요’에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서초구청이 시행하고 있는 ‘손주돌보미’ 사업은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전문보육 인력으로 육성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만 15개월 미만의 손주를 양육하는 70세 이하의 할머니가 25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시간당 6000원을 월 40시간(최대 24만 원)까지 지원해 준다. 그러나 이 ‘손주돌보미’사업을 여성가족부가 연 400억을 들여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하자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한국손주돌봄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올해 영유아 보육 예산을 작년보다 1조 원 가까이 늘린 것과 발 맞춰 지자체가 추진하는 ‘손주돌보미’ 사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동 육아 시스템인 조부모 육아 협동조합도 황혼육아를 하나의 일자리로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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