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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요양원 1000여곳 ‘날벼락 세금’ 위기

기사승인 2022.05.26  1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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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안부 “시설 대표·원장 다르면 깎아줬던 취득세·재산세 추징”

경기도 화성시에서 아들과 함께 29명 규모 요양원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지난 4일 화성시로부터 재작년 감면받은 세금 8100만원을 다시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2020년 10월 이 요양원을 열었을 때 땅과 건물을 사면서 그는 세금 감면을 받았다. 이씨는 “겨우 코로나 시기를 버텼는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으니 힘이 빠진다. 당장 8000만원 구할 데가 없어서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올해 초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 세제과에 내린 공문 하나가 발단이 됐다. 행안부는 이 공문에서 이씨같이 요양시설 운영을 하는 사람들에게 세금 감면을 해준 근거 조항인 ‘지방세특례제한법’ 적용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현행 지방세특례제한법에는 노인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면 세금 감면 대상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행안부는 ‘직접 운영’이라는 법 조문의 뜻은 세금을 내는 주체인 ‘요양원 대표’와 운영 주체인 ‘요양원 원장’이 동일인이어야만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일로 전국 곳곳의 요양원이 발칵 뒤집혔다. 적지 않은 요양원이 사업 자금을 대는 대표와 실제 운영을 하는 원장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행법상 노인요양시설의 원장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나 의료인만 맡을 수 있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땅과 건물을 사들여 요양원을 열더라도 자격증이 없어서 가족이나 전문 경영인을 채용해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전국 6000여 개의 시설 중 약 30%가 대표자와 시설장이 다르다고 추산한다. 지방세 소멸 시효가 5년이라, 5년 내 취득세나 재산세를 감면받은 적이 있다면 세금을 다시 내야 될 전망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안팎의 세금을 다시 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요양원 운영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 원장 A(56)씨는 지난 16일 감면됐던 취득세와 재산세, 가산세를 합쳐 8500만원을 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는 “아내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어 원장이 될 수 있는데도, 복지 시설 근무 경험이 있는 내가 원장을 하고 아내는 대표를 맡았다”면서 “처음부터 명확하게 안내를 해줬다면 아내를 원장 겸 대표로 일하게 하면 되는 일인데, 정부가 일 처리를 정확하게 하지 않고 이제와 세금을 토해내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작년 1월 화성시에 32명 규모의 요양원을 연 간호사 B씨 자매도 이달 화성시로부터 3600만원을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 자매는 요양원 공동 대표다. 그리고 언니는 원장, 동생은 간호장을 맡았다. 그런데 화성시는 “동생은 대표이면서 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감면받은 세금 중 절반을 다시 내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B씨는 “땅과 건물 등을 산 후 실제 요양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만 확인되면 직접 운영을 하는 거라고 봐야지, 대표가 원장 직함을 달지 않는다고 세금을 다시 걷겠다는 건 누가 봐도 탁상행정 아니냐”고 했다.

행안부 조치에 따라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최근 본격적으로 세금 추징을 시작하면서 반발은 확산 중이다. 화성시는 지난달 요양원 전체 70여 곳 중 20여 곳에 공문을 보냈고, 남양주시도 요양원 약 180곳 중 약 20%에 이달 안에 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다.

요양원 단체인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관계자는 “요양원 대표들과 협의해 조세심판원에 조세 심판 청구를 내고, 향후 소송까지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그동안 노인 복지 시설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관행처럼 대표자와 시설장(원장)이 달라도 감면 혜택을 줬던 것을 이번에 바로잡은 것”이라며 “일각에선 취득세 감면 혜택을 노리고 여러 개를 운영하며 돈벌이 사업으로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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