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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환자이자 의사이자,공무원...누구든 환자가 돼, 의사들 빨리 돌아와야”..

기사승인 2024.04.17  15: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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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이 2016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받던 당시 수술하는 모습. 

지난 9일 오후 부산 연제구 보건소장실. 테이블엔 마른 체구의 40대 남성이 앉아 있었다. 신승건(43) 보건소장은 말을 할 때 양 볼이 더 홀쭉해 보였다. 신 소장은 “현장을 떠난 의사들은 여지없이 다시 돌아와야 한다”며 “누구나 언젠가는 원하든 원치 않든 환자가 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외과 전문의 출신 공무원이지만 동시에 환자다. 선천성 심장병인 승모판 협착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 병 환자들은 왼쪽 심방과 심실 사이 판막인 승모판의 구멍이 좁아 몸으로 혈액을 잘 보내지 못하고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그는 두 살·열 살 때 좁은 승모판 구멍을 넓히는 수술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는 인공 판막을 달았다.

그의 투병 생활은 의사라는 직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1997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인공 판막 이식 수술을 하루 앞둔 날 밤, 불이 꺼지지 않는 의학 도서관을 바라보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저는 병상에 누워 의대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봤다”며 “지금은 환자이지만, 나중에는 나도 의학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는 2000년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다.

세 차례 수술로 군 면제를 받은 신 소장은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외과 전문의 수련을 마친 뒤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부채 의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부잣집도 아니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아 심장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대학까지 나와 우리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군대에 꼭 가고 싶었는데 수술 때문에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신 소장은 “수술 이후 삶은 제 인생에 주어진 커다란 선물 같았다”며 “돈보다는 보람 있는 걸 좇자 생각했다”고 했다.

2018년부터 부산 해운대구 보건소 건강증진과장, 2022년 부산시청 감염병관리과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연제구 보건소장으로 일하게 됐다. 신 소장은 “저는 의사이자 공무원이라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결국은 환자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며 “의정 갈등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 사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본인들의 사직을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하고 있다. 신 소장은 “일하기 싫다고 하는데 강제로 일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맞지 않다”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자유의 전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면허는 독점적 권한이고, 모든 권한에는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바이털(생명) 의사들은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현실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부족한 보상 체계로 인해 미용 의료 등 돈이 되는 분야를 선택하는 의사들을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정부는 잘못된 의료 시스템을 고치려 하고 있고, 저는 이런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 소장도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 집단 휴학에 동참했던 의대생이었다. 당시에는 의약정 합의로 집단 유급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재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인한 유급 마지노선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나도 집단 휴학에 동참해봤기에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의대생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내가 하지 못한 걸 남한테 하라고 권할 수는 없지만, 주변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재훈 기자 bokji@bokjinew.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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