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성평등가족부 법령 달라 보호기간 연속 인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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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을,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청소년쉼터를 운영한다. 법령은 다르지만, 두 부처 모두 위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퇴소 후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자립수당을 지급한다. 월 50만원씩 최대 5년간 지원하며, 공통적으로 ‘24개월 이상 보호된 아동·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의 행정 칸막이로 인해 보호시설을 옮겨 다닌 아동·청소년이 자립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부처 간 시스템이 분리돼 보호기간이 연속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을,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복지지원법’에 따라 청소년쉼터를 운영한다. 법령은 다르지만, 두 부처 모두 위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퇴소 후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자립수당을 지급한다. 월 50만원씩 최대 5년간 지원하며, 공통적으로 ‘24개월 이상 보호된 아동·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두 부처의 법적 근거와 행정 시스템이 달라, 아동·청소년이 보호시설을 옮긴 경우 전체 보호기간이 연속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실제 보호기간이 24개월을 넘어도 자립수당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복지부 산하 아동복지시설에서 20개월, 이후 성평등부 산하 쉼터에서 8개월을 지낸 경우 실제 보호기간이 28개월이라도 자립수당을 받을 수 없다. 반면 두 기관 각각에서 24개월 이상 보호를 받았다면 중복 수령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설 내 갈등이 발생해 아동·청소년이 다른 시설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 그 지역 상황에 따라 복지부나 성평등부 산하 시설로 이소한다”며 “이동한 시설의 주무 부처가 다르면 보호기간이 연속 인정되지 않아 자립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도 설명했다.
성평등부는 관계자는 “부처 이동으로 인해 자립수당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지침 개정을 통해 두 부처 시설의 입소 기간을 상호 인정하도록 하면 자립수당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시설을 이동해서 자립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복지부 산하 아동복지시설(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가정위탁)에서 보호기간이 24개월 미만인 아동은 2443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 이상(1316명·53.9%)이 12개월 미만이었다. 성평등가족부 산하 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24개월 미만으로 보호된 청소년은 1만2517명, 이 중 1만2233명(97.7%)이 12개월 미만이었다.
하지만 두 부처에 자립수당 대상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평등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복지부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과의 연계 공문을 두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평등부는 쉼터 입소자 명단을 관리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예산을 확보해 자체 시스템을 만든 뒤에야 연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성평등부는 "성평등부 역시 청소년 안전망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의 현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립정착금·수당도 부처별로 천차만별
자립정착금 제도 역시 부처에 따라 격차가 크다. 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에게 1인당 최대 1천~2천만원을 지급하지만, 성평등부가 관리하는 가정밖청소년은 지자체 재량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진다. 현재 경기(1천만원), 부산(1200만원), 울산(500만원), 제주(1500만원) 4개 지역만 자체 기준에 따라 자립정착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성평등부가 담당하는 가정밖청소년의 경우, 자립정착금조다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성평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설을 퇴소한 가정밖청소년 4462명 중 자립수당을 받은 인원은 273명(6.1%), 정착금을 받은 이들은 단 7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각지대가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복지서비스는 부처 단위로 쪼개져 있다”며 “정작 서비스를 받는 아이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하는데 행정 편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복지서비스는 여전히 부처 중심으로 쪼개져 있다”며 “행정 편의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받는 아동청소년의 삶을 기준으로 제도가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미화 의원은 “정부가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부처·기관을 늘렸지만, 역설적으로 아동을 소외시킬 수 있는 사각지대도 함께 만든 것”이라며 “부처의 칸막이가 아이들의 자립을 막는 일이 없도록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희 의원도 “시설종류와 소관 부처에 따른 격차를 조속히 해소하고 가정밖 청소년도 자립준비청년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희라 기자 heera293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