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권리 스스로 쟁취하는 ‘제3차 아태장애인10년’ 이룩할 것
국내 장애운동의 ‘선봉장’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운동을 이끌고 있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상임대표다. 그가 이제 아시아태평양 장애계로 활동 영역을 넓혀 아시아태평양장애포럼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국내 뿐 아니라 아태장애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투쟁하는 것이 희망이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의 APDF 참여는 2차 아태장애인10년까지 일본재활협회의 주도로 인해 전문가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APDR의 활동에도 큰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경석 대표를 만나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에 임하는 APDF의 활동계획 등을 들었다.

아태장애인10년과 APDF 소개
아태장애인10년은 1982년 UN이 국제장애인10년(1983~1992)을 선포함에 따라 아태지역에서 장애인 권익을 증진하는 데 지역 차원의 좀 더 구체적 행동계획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수립됐습니다.
제1차(1993~2002)와 제2차(2002~2012)에 이어 지난 11월2일 제3차 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을 위한 전략인 인천전략이 선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APDF는 제1차 아태장애인 10년의 증진활동을 수행한 '지역 NGO 네트워크(Regional NGO Network)'을 개편해 UN ESCAP의 ‘제2차 아태장애인 10년’의 이행과 모니터링을 위해 새로이 조직된 민간기구입니다.
국제재활기구(RI)와 국제장애인연맹(DPI), 세계시각장애인연맹, 세계청각장애인연맹, 핸디캡인터네셔널 등 24개국의 61개 단체(준회원 포함)로 구성돼 정부간 협의체인 UN ESCAP의 장애정책 카운터파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APDF는 제3차아태장애인10년(2013~2022)을 맞아 지난 10월26일부터 30일까지 ‘2012 APDF 컨퍼런스’를 열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조직을 재구성, 일본에 소재하던 사무국을 한국에 이전함과 아울러 저를 포함한 유명화 신임사무총장 등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고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기구’로 재출범했습니다.
2차 10년 평가와 그간의 APDF 활동
제1차 아태장애인 10년이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및 홍보에 집중됐다면, 제2차 10년은 대중들에게 인지된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법률정비를 추진한 시기였습니다.
또한 2차 10년은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 접근법으로부터 권리에 기반한 접근법으로의 이동하는 것을 토대로 한 국내법 제정에 이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정에 아태장애계가 적극 참여해 그 초안인 ‘방콕 권고안'을 작성해 협약 제정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APDF는 2차 10년의 전략인 비와코새천년행동계획 이행을 통한 제2차 10년의 추진 및 모니터링에 핵심적 역할을 맡았으며 2006년 12월13일 UN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조기 비준과 이행을 아태지역에 촉구하는 등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인천전략 평가한다면
인천전략은 국제적인 행동계획 가운데에서는 최초로 측정가능하고, 시간적 제약이 있는 구체적인 목표와 추진과정에 대한 구체적 지표를 포함시켜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행동계획안을 수립한 것이 특징입니다.
10대 목표로는 ▲빈곤 감소 및 고용 확대 ▲장애인의 정책결정 과정에의 참여 증진 ▲접근성 증진 ▲사회보호 강화 ▲조기개입 및 장애아동 교육 강화 ▲장애여성 평등 및 역량강화 ▲장애포괄 재난감소계획 강화 ▲신뢰 가능한 장애 통계 개선▲유엔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촉진 ▲국제협력 강화 등이 있습니다.
특히 인천전략은 비교가능하고 신뢰할 만한 장애통계치 수립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5000만명의 장애인이 나라별로 장애인 출현율이 1%~18.5%까지 편차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장애인의 실제적 출현이 다른 이유보다는 장애인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른 이유가 큽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전략을 통해 미래의 계획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통계를 수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천전략의 효과적 이행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 동등비율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구성, 운영토록 한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접근성’의 경우, 2차아태장애인10년 평가에서도 지속적인 개선이 절실히 요구되는 분야로 인지됐으나 회원 국가의 상황을 고려해 목표 설정이 국제적 규범보다 현저히 낮은 단계에서 합의된 점은 한계로 지적할 수 있습니다.
한편 APDF는 ‘인천전략’의 초안 작성에 15개 아태지역 대표 장애단체의 협력을 주도했고, 시민사회단체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 유엔 에스캅 회의에서 통일된 목소리로 아태지역 장애계의 의견을 전달, 인천전략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으며 인천전략 핵심 이행기제로 장애조정기구를 정부에 설치할 것을 권고하는 등 활동을 벌였습니다.
제3차 아태장애인10년 활동방향과 계획
지난 제2차 10년의 결과로 많은 국가에서 법률제정을 통해 장애인권리의 토대를 마련했다면 새로운 10년은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장애인의 권리가 법속에 잠자는 권리가 아닌 삶 속에서 보장돼야 할 권리라는 것을 아태장애인들 스스로 깨닫고 쟁취하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고 투쟁하도록 연대와 협력을 이룩하고 이러한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 수용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APDF가 앞으로 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APDF는 아태지역 대표 장애단체 간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장애인의 권리실현을 민간 차원에서 도모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입니다.
많은 국가가 관련법을 제정한 상황에서도 아태 지역 많은 장애인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해, 향후 APDF는 장애운동의 확산으로써 장애인 자신이 자신의 권리실현의 주체가 되는 힘을 강화시키는 데에 조력을 다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 및 아태지역을 비롯한 국제 장애계가 이룩한 장애운동 성공사례를 공유하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장애운동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실체화하지 못하는 국가의 장애 활동가들에게 역량강화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등 APDF가 아태 지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장애운동을 지원, 활성화하는 국제기구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구축될 워킹그룹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아태지역 대표 장애단체간의 소통을 유지, 인천전략 이행 및 모니터링의 구심체를 활성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P-DPO(아시아태평양장애인연합) 출범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AP-DPO는 장애인당사자성을 내세우고 있으며 APDF의 유엔에스캅에 대응하는 민간기구 역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그러나 장애인문제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들만이 나서고 비장애인 전문가들을 아주 배제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협력해서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게 APDF의 방향입니다.
이번 3차 10년을 위한 활동에서 APDF와 AP-DPO가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세상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활동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국내 장애인정책 개선점은
대선 등을 통해 국내 장애인정책들도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장애인정책의 근본적인 체계를 변화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공약화하고 있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기점으로 시혜와 동정을 근간으로 한 장애인복지법의 시대를 마감시켜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로 전환시키는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 법을 통해 탈시설-자립생활 보장 및 장애인중심 전달체계 개편, 권리옹호제도 도입 등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장애인들이 자신에 대한 차별에 분노하고 투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것들에 안주하기 보다는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주체로 참여해 스스로 투쟁하는 것만이 희망을 일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쟁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내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시기 바랍니다.
박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