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동이나 중증 장애인을 포함해 노인·저연령 아동 등 자기 방어가 어려운 이들이 겪을 수 있는 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은 중요한 문제다. 학대를 방치하면 사회가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도덕적·제도적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애아동 학대에서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표현하기 어려워 행동 문제로 드러나기도 하기에 모두 이에만 착목하며 장애 아동을 문제삼는다. 피해자 스스로 신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여 외부의 제보나 제3자의 증거 확보가 사건의 진실 규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장애아동은 가해자와의 관계(보호자, 교사, 시설 종사자 등)로 인한 두려움이나 의존성 때문에 더더욱 피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구조 속에 있기에 제3자가 학대 정황을 목격하고 녹음 등의 방식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유일한 대리 증언 수단이다.
공익적 목적의 녹음은 법적으로 일정 부분 보호받아야 한다. 한국의 「통신비밀보호법」은 원칙적으로 타인의 대화를 무단으로 녹음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범죄의 증거 수집이나 공익적 목적으로 녹음한 경우에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었다. 이제까지 장애아동 학대 등 사회적 취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대를 증명하는데 어떤 증거가 쓰일 수 있었겠는가. 실제로 ‘공익 목적의 불법 녹음’이 인권 보호나 범죄 입증에 필수적인 경우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 판례들이 존재한다. 장애아동 학대는 은폐되기 쉬운 범죄로, 목격자나 주변인의 침묵은 피해의 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3자가 녹음을 통해 학대 사실을 입증하려는 행위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인권 보호와 학대 방지를 위한 공익적 행위이다.
용인 장애아동 정서학대 사안에서, 학대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운 대상자들을 위한 철저한 학대 예방과 피해 회복을 지원 체계 같은 여론이라도 나왔다면 어땠을까. 아직까지도 피해 아동은 의무로 받아야 할 공교육 현장에서 쫓겨나 있고, 그 가족은 무수한 혐오와 공격 속에 고립돼 있다. 학대 피해를 겪거나 주장하는 당사자들에게 증거가 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을 빼앗고도, 뒷받침할 물적 증거를 요구하면서 진행되는 재판이 누구에게 유리한가. 최소한 헌법적,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판결조차 기대할 수 없는 우리가 어찌 이 땅에 발 딛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실제 용인 oo초 특수교사의 정서학대 2심 판결 직전에 초등학교 저학년 비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담임 교사의 온갖 모욕적인 폭언들이 정서학대로 인정되지 않은 판결이 있었다. 이 역시 아동 대신 부모가 녹음기를 넣었던 사안으로 가해 교사 본인의 자백 또한 있었기에 1-2심에서는 명백한 아동학대로 인정했다. 허나 대법원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증거 능력의 위법성을 거론하면서 해당 교사가 무죄로 판결되기도 했다. 이런 말장난 같은 판결을 반복해야 하는가?
장애인, 아동, 노인 등에 대한 학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제3자 녹음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손가락이 아닌 달을 가리켜야 하고, 법적 형식보다 실질적 정의를 우선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법률적 체계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예지 의원이 대표로 발의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2025년 11월 1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시훈 기자 bokji@bokj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