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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하는 해외한인, 그냥 두란 말인가?”…2012년부터 500여명 구조

기사승인 2020.10.30  11: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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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국 항공료와 치료비, 재활훈련까지 도와

권태일 재외한인구조단장

서울 온수역 인근에 있는 재외한인구조단(이하 구조단)은 2015년 4월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해외에서 불법체류 등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이들이 국내에서 자활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권태일 단장은 실천하는 NGO로 알려진 사단법인 ‘함께하는 사랑밭’의 설립자로 유명하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1986년 11월, 한 세일즈맨이 충무로의 육교 위에서 이마에 화상을 입은 채 구걸하는 한 아주머니를 돕는 일에서 시작됐다. 그 세일즈맨이 권태일 단장이었다. 그후, 권단장은 정부나 기관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는 고아, 장애인을 포함한 불우이웃, 거동이 불편한 노인분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눔봉사를 실천해왔다.

권 단장은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 김치찌개와 된장국이 생각난다. 나도 그런데 해외에 있는 한인들은 오죽할까. 해외에서 태극기만 보면 눈물이 난다는 분들이다. 해외한인 가운데는 잘 된 분들도 있지만, 어려운 분들도 있다. 이들을 누군가는 도와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재외한인구조단 활동을 2012년부터 시작해 2016년에 정식 비영리단체로 발족시켰”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인구조단에서 지난해까지 구조한 한인수는 모두 얼마나 될까? 권 단장은 “지난해까지 모두 498명을 구조했다. 비공식 구조가 250명, 공식 구조가 248명이다. 비공식 구조는 초기에 이뤄진 구조방식이다. 초기에는 해외주재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의 구조요청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인회 등을 통해 직접 구조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혹시 납치해서 어디론가 팔아넘기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불안을 덜기 위해 구조가 필요한 경우, 현지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을 통해 우리한테 구조요청을 보내오도록 절차를 변경했다. 그렇게 오는 경우를 공식 구조라고 한다. 물론 우리끼리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조해달라는 연락은 어떤 경로로 받을까? “처음에는 우리와 연결된 한인회 등을 통해서 구조요청을 받았다. 지금은 이같은 활동이 알려져서 본인이 직접 연락해 오기도 하고,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한인회 등에서 연락을 주기도 한다. 해외한인 구조를 위해 해외에 있는 40여개의 한인회와 MOU를 맺었다. 구조활동을 홍보하자는 뜻도 있고, 또 구조할 때 서로 협력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권 단장은 밝혔다. 

권 단장에 따르면 구조하는 방식은 구조 요청을 받으면 우선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구조를 해야 하는 사람들은 불법체류자가 많다. 불법체류기간에 대한 벌금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 현지 정부와 교섭해서 이들이 한국으로 귀국하도록 하는데는 대사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류가 되면 검사 등을 마친 후 기거할 장소를 마련해서 제공한다.

구조단도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코로나로 인해 구조활동이 쉽지 않았다. 권 단장은 “코로나로 인해 항공편이 중단되고 현지도 락다운이 되는 등 구조활동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 바람에 지금까지 7명을 구조하는데 그쳤다. 2016년 53명, 2017년 53명, 2018년 50명, 지난해 44명을 구조한데 비하면 현격하게 줄어든 수치”라고 말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해외교민 가운데 열악한 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소식을 듣고 있다. 코로나 와중에서도 구조 연락을 받은 곳은 절차를 밟아 귀국시켜서 병원에 보내거나 재기를 위한 준비에 들어가 있다. 40년전 친척 형의 초청으로 뉴욕에 갔다가 독립해 살면서 사업에 실패하고 사기를 당해 오갈 데 없이 공원에서 노숙했던 모씨도 9월에 한국으로 귀국해 국립의료원에서 14일간 격리를 마치고 현재 창원의 요양원으로 가 있다.

그는 주민등록 회복을 해야 기초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영주권을 분실해서 절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최근 중국 칭다오에서 구조돼 귀국한 모씨는 현지에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귀국후 우리가 일체의 치료비를 부담해 치료하고 있다”고 권 단장은 말했다.

권단장은 그러면서 “지금도 해외 체류중인 7명을 구조해오기 위해 현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궁금증이 드는 것은 과연 어느 지역의 한인들이 많이 구조됐을까 하는 것이다. 권 단장은 이 물음에 “국별로 보면 필리핀에서 구조된 한인이 126명으로 가장 많다. 올해도 필리핀에서 3명이 재외한인구조단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어 중국이 51명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인도네시아가 12명, 캄보디아가 7명, 미국이 6명, 과테말라가 5명, 그리고 태국 베트남 일본 캐나다 키르기즈스탄 우루과이 파라과이 케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구조됐다”고 밝혔다.  

구조자가 많은 지역은 지역적 특성과 구조자의 특징이 있다. 권 단장은 “교민수가 많으면 어려운 사람도 많은 듯하다. 사업을 하러 갔거나 일자리를 찾아서 갔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재기하지 못했거나, 또 도박 등에 빠진 경우들이 많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또 실수할 수 있다.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또 누군가는 해야 한다. 해외에서 노숙하거나 병들어 오갈 데 없는 한인을 누군가는 고국으로 데려와서 치료하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재외한인구조단은 강화에 그린월드를 운영하고 있다. 구조 후 재기활동을 돕기 위한 시설이다. 권 단장은 “한국에 들어오면 재기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오래 머물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한국이 낯설고 적응에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국이 워낙 많이 변해서 심지어 지하철 타는 방법 등도 익혀야 하는 경우도 많다. 6개월의 적응훈련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시 6개월간의 기술훈련과정을 거친다. 지게차나 포크레인 등을 운전하는 자격증을 따서 사회에 나가서도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권단장은 이같은 재기활동을 성공적으로 거쳐 지금은 프로골프 코치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다양한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구조단은  구조에 필요한 기금들을 구조단이 운영하는 ‘월드쉐어’에서 지원한다. 월드쉐어는 제3세계를 돕는 NGO로 외교부 소속이다.

권 단장은 해외한인사회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필리핀에는 재외한인구조단의 쉼터가 있다. 마닐라에 있는 오피스텔로 한국으로 구조돼 오기전에 일시 머물면서 서류준비 등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시설이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 해외에서 어려운 한인들을 돕기 위해 한인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가급적이면 쉼터 같은 것을 만들든지, 아니면 민박 같은 곳을 활용해서라도 어려운 한인들이 구조될 때까지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하고 권단장은 “해외한인 대표들을 지역별로 자문위원으로 위촉해서 어려운 한인들의 구조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외한인구조단 블로그 https://blog.naver.com/savetoyou365

박찬균 기자 allopen@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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