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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사회복지사제, 학생복지 책임진다

기사승인 2007.03.20  13: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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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폭행·집단따돌림 등 위기의 학생 체계적 관리
사회적 기대에 걸맞게 사회복지사제 확대 시행해야

   우리 아이들이 위험하다

#1

초등학생 민석(11)이는 3년 전 부모님의 이혼으로 70이 넘은 할머니와 단 둘이 생활하고 있다. 간단한 한글 밖에 모르는 할머니와 생활하다보니 민석이의 학습능력은 또래 친구들에 비해 1년 정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또, 할머니가 밤 늦게 식당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방과 후 민석이를 돌봐줄 사람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다보니 민석이는 방과 후 시간을 대부분 게임방에서 컴퓨터오락을 하면서 보냈다. 가끔은 학교를 빠지고 게임방에 가기도 했고 수업을 다 마치지 않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일도 생겼다.

t 사회복지사는 먼저 방과 후 민석이를 복지실로 오게 했다. 그리고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끔 민석이가 잘 알고 있는 쉬운 내용을 놀이학습을 통해 지도했다. 그리고 교과과목에 대해서는 보충수업을 실시했다. 이 밖에도 복지시설과 연계해 방학에도 민석이가 방치되는 것을 막았다.

이제 민석이는 또래와 비슷할 정도로 학습능력이 향상했고 컴퓨터게임 중독 증상도 상당히 완화됐다. 상담 때만 해도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하던 민석이는 또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는 평범한 초등학생이 되었다.

#2 

발음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중학교 2학년 미연이는 항상 우울한 기분에 빠져 지냈다. 얼마 전에는 우울함을 이기지 못해 자살시도까지 했었다. 그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자 친구들은 미연이를 더 피했고 공공연하게 전교생의 놀림감이 되었다. 선생님들이 나서서 아이들을 훈계하고 미연이를 격려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학교를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아진 미연이는 대인공포증 증상까지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t 미연이를 방문 상담한 사회복지사는 미연이가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왕따’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연이 스스로도 자신의 발음과 언어구사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회복지사는 먼저 미연이를 복지관에 데려가 상담치료와 함께 우울증, 대인기피증 회복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또, 발음교정 교육과 학습연계프로그램을 순차적으로 시행했다. 
치료 후 6달이 지난 미연이는 발음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친구들을 새로 사귀며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3

고등학교 1학년 상혁이는 학교폭력에 시달리기 전까지만 해도 공부도 곧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잘난 척해서 재수없다’는 이유로 학교의 ‘짱’이라고 불리는 아이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뒤부터 성적도 떨어지고 학교를 빠지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상혁이의 부모님은 아이의 변화에 놀라 학교에 수차례 드나들며 폭행사건의 처벌을 요구하기도 하고 직접 아이들에게 호소하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상혁이는 점점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했다.   

t 사회복지사는 피해학생의 상처가 단지 그 아이만을 치유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상혁이에게 우울증과 상처를 치료하는 심리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가해학생과도 접촉을 시도했다. 가해학생도 별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문제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가해학생에게도 별도의 심리프로그램을 실시했고 그 결과 가해학생이 상혁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상혁이의 학교생활은 한결 편안해졌다. 

학교사회복지사, 아이들 마음속으로

요즘 아이들은 참 힘이 든다. 조기교육 열풍으로 초등학생인데도 새벽부터 밤까지 입시전쟁에 내몰리고 성적순으로 인격을 저울질 당하기도 하며, 학교폭력에 시달리거나 왕따를 당해 혼자만의 방 안에 갇혀버리기도 한다. 또 급증하는 이혼율로 가정불화와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도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또래보다 낮은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 교육의 빈부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결국 가정에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아이도, 그렇지 않은 아이도 웃으며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양대가 전국 94개 청소년 7,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청소년 정신건강 선별검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학생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5.8%가 정서와 행동에 심상찮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3%가 학습장애를, 26.2%는 인터넷 중독을, 12.1%는 자신의 의지에 관계없이 순간 발작적으로 이상한 소리와 행동을 표출하는 틱(Tic) 장애 증상을 보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일까.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전문의인 박형배 마인드메디클리닉 원장의 경우 한 학급 당 많게는 10명 정도가 자기 통제력을 잃는 ADHD에 시달리고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청소년 100명당 평균 3~5명인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는 2배 이상 높은 평균 10명 수준”이라며 “스트레스를 내재화해 겉으로 표출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포함하면 장애학생 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사회는 이렇다할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전히 입시, 왕따, 학교폭력, 교육 불평등 문제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최근 몇 년간 학교사회복지사제가 학생복지 강화방안으로 떠오른 것 역시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 교육환경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학교사회복지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역시 우리사회의 교육환경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학교사회복지사 김순영 씨는 “요즘 아이들은 과잉보호를 받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고 소중한 존재이다’라는 자존감을 형성하기 힘들다”면서 “부모의 기대와 욕망에 클수록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여서 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러한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 동반자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학생복지 측면에서 사회복지사 전문화해야

   그렇다면 학교사회복지사의 구체적으로 임무는 무엇일까. 학교사회복지사는 일차적으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서 이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장기결석, 가출, 약물오남용, 학교폭력 등 각종 품행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주된 복지대상자이다. 또한, 학교사회복지사는 부모의 빈곤과 결손 등으로 인하여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이로 인한 결식, 등록금 체납, 가정에서의 학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을 학교와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하여 돕는 일도 한다. 

학교사회복지사의 활동은 학생지원이 주가 된다. 학생지원활동은 상담서비스, 자원연계서비스, 여가 및 문화활동서비스 등으로 크게 나뉜다. 이 중 상담서비스는 해당 학생의 문제를 상담해주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임무이다. 이 때 사회복지사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아이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선생님과 같은 권위보다는 편안함과 친근함이 바탕으로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

학교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인 박현희 씨는 “사춘기 아이들을 처음 상담하다보면 사회복지사에 대해서도 선생님에게 갖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면서 “아이와의 진정한 소통만이 상처를 치유하고 빠른 문제해결을 돕는 만큼 전문상담치료 교육이 좀 더 전문화, 체계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지원활동 중 자원연계서비스는 아이가 겪고 있는 문제를 파악한 뒤 정서결연, 장학금 연계, 자원봉사 등의 활동과 연계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가시적 활동으로 문제해결을 돕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이에 포함된다. 여가 및 문화활동 서비스는 캠프나 공연활동 등을 통해 해당 아이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하고, 지치고 괴로운 마음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학교사회복지사는 가정지원활동, 지역사회연계활동, 연구개발활동 등을 수행한다. 이 중 가정지원활동은 아이의 문제가 가정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고 판단 될 경우 가정방문을 하거나 학부모상담, 가족상담 등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가족을 상담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함도 있지만 가족구성원의 문제점을 발견해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다. 가족에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정확하게 알리고 가족도 문제의 대상자로 삼는 것이다. 이 때 가정의 문제가 재정적인 문제로 유발되었다면 자원연계서비스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연계하기도 한다.

저소득층 아이를 주로 돌봤다는 학교사회복지사 박선미 씨는 아이에게 문제가 보인다 해도 먼저 가정환경을 둘러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가 돌봤던 영철이는 친구의 물건을 자주 훔치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가 도벽이 있다는 것은 전교생이 다 알 정도였어요. 처음 아이를 상담했을 때는 아이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집을 방문하고서야 왜 영철이가 물건을 훔치는 지 알 수 있었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운데다가 부모님의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용돈이라는 것이 거의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아이가 괜히 잘못 될 수 없다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죠.” 

학교사회복지사제 시범사업학교였던 무학초교의 정춘석 교감은 현실적으로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우리의 교육현실에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엔 학교에 웬 사회복지사냐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많았죠. 이제는 선생님들도 자신이 챙기지 못하는 아이의 상담을 사회복지사 선생님에 의뢰할 정도로 자리 잡았어요. 사회복지사는 학교 바깥의 복지기관이나 교육.보건 프로그램 등을 연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효과가 뛰어나요. 그러다보니 선생님이나 아이들, 학부모 모두에게 호응을 얻었죠.”

선진국처럼 학교사회복지사제 의무 실시해야

학교사회복지사가 학생복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으로 인정받으면서 그 수가 양적으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1년만 해도 학교에 상주하면서 학교사회복지사의 명칭을 갖고 학교사회복지실천을 하는 사회복지사는 7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4년 교육부가 ‘학교폭력 예방 및 교육복지 증진을 위한 사회복지사 활용 연구학교사업’을 통해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 전국 96개 학교에 2년 계약직 사회복지사를 파견했고 이들은 96명에 이르렀다. 이중 2년차가 되는 48개 학교의 사회복지사들이 지난 해 현장을 떠났고 2005년에 시작된 48개 학교에 대한 사업은 2007년 4월말에 끝날 예정이다.

길지 않은 시범사업이었는데도 학교사회복지사의 효과는 뛰어났다. 학교중퇴율의 감소, 학교폭력예방 등과 같은 획기적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초기에 사회복지사제에 가장 큰 거부감을 보이던 교사들마저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학교의 교사 중 80%이상이 학교사회복지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 박경현 회장은 “예산부족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교육부 측에 공동평가단 구성과 복지사 활용 정책개발을 제안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면서 “학교사회복지사제의 효과는 교육부 스스로도 기대 이상이라고 말하면서 학교사회복지사제는 아직까지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태”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회복지사제 확대 도입’에 긍정적일 수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업운영예산이 지난 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사회복지 역사 상 최초로 정부가 학교사회복지 실시를 위해 본예산이 책정한 것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성민선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제도를 예산을 이유로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미국, 프랑스 등의 선진국처럼 학교사회복지사제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확대 실시하는 것이 지금의 교육환경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1900년대 초에 학교에도 사회복지가 필요함을 천명했고, 1950년대에 학교사회복지제도가 만들어져 모든 학교에 학교사회복지사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사회복지사들은 복지관처럼 학교사회복지부 또는 학교사회복지팀이라 하여 학교내 독립적인 부서를 이루고 있으며, 한 학교 내 약 6-7명 정도가 팀을 이루고 있다. 또, 각 영역별로 담당역할이 나눠져 있다. 교내에 상담교사, 의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특수교사 등 학생들을 위한 직계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학생복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제도를 정착시킨 것이다.

학교사회복지사협회 박경현 회장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진국의 학교복지사제를 밴치마킹해 제도를 정립시키고 이와 함께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학교사회복지사제가 의무화되면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며 학교폭력, 왕따와 같은 문제에 대한 예방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입시를 향한 줄 세우기와 권위적 교육방식에 견디지 못하는 학생들은 일 년에도 수만명씩 거리로 뛰쳐나온다. 학원폭력이나 왕따로 인한 학생들의 불안 심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학교 내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의 심각한 문제다.

이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줄 존재가 필요하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하기 힘들어졌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비권위적 대상이 필요하다. 학교사회복지사가 바로 그들이다. 예산 탓만 하지 말고 보건교사나 급식교사처럼 사회복지사가 의무적으로 학교에 근무하는 관련법이 속히 제정되기를 바래본다.

글/안주영 사진/최경훈 기자

안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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