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중고생, 이웃 등 직업 학력 나이 불문하는 아동성폭력범
친족간성폭력 경우 아동 후유증 심각, 재범 확률 높아 처벌강화해야
2006년 2월 서울 용산에서는 온 국민을 경악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중년 남성이 11살의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후 잔인하게 살해하여 시신까지 불태웠던 사건이었다. 가해자와 피해어린이는 한 동네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5개월 전 아동성범죄로 출소한 후 사건이 터지기까지 감시 등 아무런 제재 없이 지내온 게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용산 초등생 살해사건을 필두로 어린이집 원아 성추행 사건, 의붓아버지에 의한 지속적인 성폭력사건, 무허가 외국인영어강사들의 원생 성추행 사건 등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아동대상 성폭력범죄 사건들은 우리 사회 비뚤어진 성윤리와 함께, 성범죄의 위험에 너무도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성폭력률 세계 3위를 달리는 한국의 아동성범죄 수위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더불어’가 최근 벌어진 아동성범죄 사례를 살펴보고 그 심각함을 되짚어 보았다. 이와 함께 아동성범죄를 막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도 해외의 대처법과 함께 살펴보았다.
대한민국 = 아동성범죄 공화국
#1. 제주지법 제2형사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이를 납치해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모(27)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송씨는 어린 피해자를 납치 성폭행한 것도 모자라 신고하지 못하도록 알몸을 촬영하는 등 아동을 상대로 한 범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피고인이 반성하긴 하나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2. 부산 모 초등학교 2학년 A(8)양은 지난 5월 교내 봉사활동을 위해 아침 일찍 등교했다. 운동장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던 중 웬 낯선 남자가 다가와 길을 물었고, A양은 길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남자와 동행했다. 남자는 A양을 학교 밖 외진 골목길로 유인해 강제 성추행했다. 학교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 A양의 부모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학교 측에 화가 나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고만 했다. 참다못한 부모는 학교 측을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한편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불구, A양을 보호·관리가 철저한 사립학교로 전학시켰다.
#3. 교사라고 해서 다 믿을 건 못된다. 경북의 한 고교 교사는 7살 난 어린이를 성추행했다. 이 교사는 1996년 모 여고 교사재직 당시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 교사는 2002년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2003년 3월부터 청도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해 온 것으로 확인돼, 경북교육청의 교사임용제도가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4. 한편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올 초, 57세의 교사가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남녀 학생 19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피해 학생 부모들이 수집한 내용에 따르면 이 교사는 학기 초 부터 반 아이들의 옷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기, 도서실 내 작은방에서 양팔에 2명의 아이를 안고 가슴 쪽으로 당기기, 목에 뽀뽀하기, 뽀뽀는 혀를 내밀어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남자아이를 불러 시범 보이게 하기 등의 변태적 행동을 일삼았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5월 학교 체육대회 준비로 모인 학부모들 사이에서 대화가 오가는 중 드러났다. 해당 교사는 부적절교사로 밝혀져 교육청 교직 복무심의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그 과정에서 아동성범죄를 다루는 법원의 미온적 태도와 학교 측의 사건 덮기에 급급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올라 학부모 측과 잦은 마찰을 빚었다.
#5. 성범죄의 가해자 중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지난 6월 28일 청주 상당경찰서는 이웃집에 사는 여자아이를 찾아가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고등학교 1학년 이모(16)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이웃집에 A(5)양이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찾아가 "숨바꼭질을 하자"며 문을 잠근 뒤 성추행하는 등 십여 차례 걸쳐 A양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듯 미성년자의 성범죄가 늘자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이례적으로 미성년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건도 최근 벌어졌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올해 2월 술에 취한 여중생을 대낮에 집단 성폭행한 뒤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한 중학생 4명에게 지난 7월 13일 최고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바 있다.
피해아동 70% 이상 ‘정신장애’
아동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2003년 600명 정도이던 유아성폭력수치가 2005년 800명 수준으로 급증했는가 하면, 2006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피해 접수사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대상의 25%가 어린이, 20% 이상이 청소년인 것으로 집계돼 미성년피해자가 과반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용산 여아 성폭행·살해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함께 처벌강도가 높아졌지만 아동성범죄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발생한 아동성범죄의 가해자는 담임교사나 이웃집 중고생,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관계자 등 직업과 학력, 나이를 가리지 않는 추세. 게다가 범행 장소도 어린이집이나 학교, 집, 놀이터 등 안전지대라 여겼던 곳이 많고 대낮에 범죄를 벌이는 경우도 많아 대한민국은 아동성범죄 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다.
아동성폭력(성범죄)이란 자기보호능력과 성적결정능력이 없는 13세 미만의 아동을 성적활동에 개입시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 범주는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에서부터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가 포함되는데, 주로 접촉 유무와 정도에 따라 비접촉성 성폭력(음란물 노출· 성적인 의도로 옷을 벗는 행위·성기노출·아동의 모습을 관찰하는 행위 등)과 접촉성 성폭력(자위·구강성교·항문삽입·손가락삽입·질삽입·아동의 신체에 성기를 문지르는 행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아동성폭력전담기관 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는 2006년 한 해 동안 총 202건으로 한 달 평균 16.8건의 성폭력피해 사례를 접수했다. 피해자의 성별은 여아가 183건(91%), 남아가 19건(9%)으로, 남아피해자의 경우 성인 남자로부터 성기추행 등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사례와 여아피해자의 성폭력 장면을 목격한 후 심각한 후유 증세를 호소하는 사례를 포함하는 것으로, 아동성폭력 피해자는 여아에 국한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
해바라기아동센터 신기숙 소장은 “아동성폭력의 경우 그 피해는 복합적이다. 신체적으로는 두통, 위장장애, 식욕변화, 구토, 방광염, 성병, 질염 등의 질환에 시달리지만 증세가 커지면 자기비난이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심한 경우 수면장애와 공포, 불안 등 외상후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피해아동의 70%가 각종 정신장애를 겪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상처가 크고 오래된 아이들은 대부분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는데, 이 경우 성폭력을 수동적으로 승낙하거나 피해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등 성폭력에 순응하는 행동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친족간 아동성폭력 제일 잔인하다
상담사례 30% 차지, 친부가 가장 많아
대부분의 아동성폭력 문제에 있어 관심의 초점은 가족 외 성폭력에 집중돼 있다. 반면 가족 내에서 이루어지는 아동성폭력문제는 상대적으로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친족성폭력은 피해유형과 피해 지속기간, 아동의 후유증 등 모든 면에서 다른 형태의 아동성폭력에 비해 매우 심각한 범죄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가려져 발견이 어렵고 자연 신고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일단 수사가 이루어진 후에도 피해아동에 대한 적절한 보호를 위해서는 보호 명령 조치나 가해부모의 친권제한 및 박탈문제 등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필요로 하는 보다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3년도 연구자료에 따르면 교도소, 보호관찰소, 소년원에 수용, 보호되고 있는 아동성폭력 범죄자 약 320명에 대한 조사결과, 친족에 의한 성폭력이 20.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담소사례의 경우에는 비율이 더 높아서 300명 중 무려 36.3%로 1/3이 넘는다. 그 중에서 친부가 약 30%로 가장 많고, 그 외에도 오빠, 사촌, 삼촌 등 근친 및 친인척들이 가해자로 나타났다. 극소수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정신병리적 현상이라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적지 않은 가정에서 친족간 아동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친족 특히 주거공간을 함께 하는 가족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성폭력 횟수나 기간이 장기화되고 학대 행위 역시 보다 심각한 형태로 진전되어, 강제추행을 넘어 강간에 이르는 경우도 40%에 이른다.
이에 대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강은영 부연구위원은 “친족 성폭력은 피해아동과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뿐만 아니라, 가족적, 사회문화적 차원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수준에서는 가해 아버지의 정서적, 생물학적 문제나, 성적 문제,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의 실패로 인한 열등감, 알코올 문제나 피해 아동의 어머니의 질병이나 학대, 감독 소홀, 혹은 부재가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아동 자신의 정서적 장애나 성지식 부족이 변수가 되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신고의무제도, 불이행 시 제제규정 없다
친족간 아동성폭력은 그 관계 특성상 숨은 범죄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아동성폭력 신고제도는 이러한 성폭력의 조기 발견과 피해아동의 보호, 그리고 추가폭력의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장치 중 하나로, 많은 나라에서 관련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신고제도는 아동과 자주 접하고 이들의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신고의무자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신고의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면책 및 보호 장치를 제공하는 한편, 동시에 의무불이행시 적절한 수준의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강은영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주에서 아동을 상대하는 모든 전문가들, 즉, 의사 및 병원 종사자,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복지시설·교육기관·보육시설 종사자들이나 법집행 담당자 등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성직자, 상업영화 종사자 및 사진제작자, 가정폭력 상담가, 소방관, 변호사, 장례업자 등을 포함하기도 한다. 18개 주에서는 모든 시민에게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신고의무자는 학대나 성폭력이 의심될 때 자신의 전문적 판단 등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신고할 의무가 있으며 자유재량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신고의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았을 때 교육프로그램참가, 피해자에 대한 민사적 손해배상, 벌금, 구금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아동복지법과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에 아동 혹은 청소년대상 성폭력 신고의무자를 지정하고 있으나 신고불이행시 제재규정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며 “따라서 제재규정을 마련하되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하여 제재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하며, 제재규정을 도입할 경우 불이행의 유형이나 결과, 성격에 따라 차별화된 방안이 필요하다. 신고불이행 행위가 처음인지 상습적인지에 따라 제재규정이 차별화될 필요가 있으며, 적어도 ‘악의적이거나 의도적인 허위신고’에 대해서는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제도
친족성폭력 사실의 발견 이후 장 ·단기적으로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보호명령제도에는 임시보호조치와 보호조치가 있는데, 임시보호조치는 성폭력 사실이 발견된 후 빠른 시간 내에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긴급 상황에서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시켜야 하거나 심리요법·상담 등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 실시한다.
보호조치는 보다 장기적인 방안으로 미국의 경우 위탁가정이나 시설보호조치 외에도 원가정보존조치(원래의 가정으로의 최대한 빨리 복귀가 목적), 입양조치(부모의 친권을 박탈하는 경우), 자립지원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강은영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단기적인 임시보호나 보호명령을 통한 장기적 보호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사후관리 기간을 연장, 이행실태 조사를 통해 충분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단기적인 보호체계를 확고히 해야 하고, 위탁양육이나, 입양, 시설입소지원 등 보다 장기적인 보호서비스제공을 위한 규정마련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기반이 확립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외국에서는 아동에게 최선의 보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보호보다는 일반위탁양육이나 친족위탁양육지원 방안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을 격리 보호해야 할 때나 격리된 아동에게 폭력행위자인 부모가 접근할 경우에도 이를 차단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미약했다”며 “임시 보호명령이나 보호명령에 대한 이행실태조사 뿐만 아니라, 복귀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아동 및 청소년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친권제한조치 이후 원래 가정으로 복귀하여 정상적인 환경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복귀 전후 가해 아버지에 대한 지속적인 강제적 치료와 상담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가해 아버지의 친권을 박탈할 경우, 대부분의 피해아동의 모는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자립지원 방안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모 모두의 친권이 박탈된 경우에는 입양이나 위탁양육 등의 보호서비스가 체계적으로 제공 가능해야 한다.”
핵심 열쇠는 재발방지에 있다
재범자 40% 1년 이내 동일범행
아동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대부분의 범죄가 재범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6년 10월 검거된 연쇄 성폭행범 김모(42)씨. 경찰에 따르면 그는 주택 담을 넘어 침입해 잠자고 있던 초등학생 A양(당시 10세)을 흉기로 위협, 성폭행하는 등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창신동과 숭인동, 삼선동 일대에서 10회에 걸쳐 성폭행을 저질렀다. 10~50대 여성 6명을 잇따라 성폭행하고 2명은 미수에 그쳤으며 동일여성을 상대로 반복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김씨의 성범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강간미수 등 전과 7범의 전력이 있었다.
얼마 전 검거된 또 다른 연쇄 성폭행 용의자 김모(39)씨도 마찬가지. 김씨는 지난 5월 24일 오전 인천 서구에서 등교 중이던 초등학교 4학년 여아에게 “양호선생님께 가져다줄 이불을 옮기는데 도와 달라”며 접근, 자신의 승합차에 태워 한적한 곳으로 이동한 뒤 주먹으로 때리고 차 안에서 성폭행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여학생만 해도 초등학생 4명, 중학생 3명, 고등학생 3명 등 10명이다. 그 역시 아동 강간치상 혐의로 5년 6개월 실형을 살고 지난 5월 만기출소한 지 16일 만에 또다시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른 전과 19범이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최근 분석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초범은 감소한 반면 재범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률은 70%에 달했는데, 강간 재범자 10명중 4명은 1년 이내에 다시 강간을 저질렀다. 동일범에 의한 피해자 수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자 10명 중 3명은 동일전과 5범의 상습범이었다. 재범자들은 횟수가 늘어날수록 범행을 숨기기 위해 그 수법도 잔인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보니 전문가들은 성폭력 재범을 예방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줄여나갈 수 있는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적발된 성폭력범을 관리하지 못해 똑같은 범죄가 반복되는 것은 사회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처벌 후 사후관리 - 논란 속 전자팔찌 도입
전문가들은 상습 성폭력범을 구속하는 것만으로는 성폭력 피해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일반 범죄와 성범죄를 동일시해 징역형만을 선고하거나 합의를 근거로 아무런 후속조치도 취하지 않는 집행유예는 또 다시 범죄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한국여성개발원 윤덕경 연구위원은 “성폭력범죄자 재범방지대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상습성이 높은 소아 성기호증 등 성도착증에 의한 성폭력범죄자의 경우 교도소 복역만으론 범죄성향의 개선이 어렵다. 처벌과 함께 치료를 병행할 경우 개선가능성이 높다는 정신의학계의 의견을 고려할 때, 소아 성기호증 등에 의한 성폭력범죄자에게 치료감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 역시 “아동을 노린 성범죄자나 성인을 상대로 상습 성폭행하는 범죄자를 선별해 구금하고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며 “고위험군 성범죄자는 미국 등 선진 외국처럼 성폭력 흉악범, 상습 성범죄자 등으로 분류해 차등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치료가 끝날 때까지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성폭력범에 대한 치료감호, 특수교육 등 후속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최근 심해지는 아동성범죄 양상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한발 더 나아가 범죄자에 대한 구속감시를 더 강화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어왔다. 그 한 가지 예가 바로 지난 4월, 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전자팔찌법이다.
상습 성폭력범의 몸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전자팔찌법의 정식 명칭은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이 법의 대상은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질러 상습범으로 인정되거나 13세 미만 어린이를 성폭행한 사람으로, 상습 성폭력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가해자의 인권 침해가 크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법의 시행을 반대하는 입장은 전자위치확인과 같은 방식이 인권을 도외시한 이중처벌이자 과도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부 교수는 “전자팔찌법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범죄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며 “성범죄 재발 방지를 취지로 들었지만 위치 자료의 획득과 보관, 사후 활용이 전부이고 피부착자의 심리적 압박을 빼고는 다른 재발 방지 수단이 없다. 성범죄와 같은 인격장애나 성격장애로 인한 범죄는 치료와 교육으로 바로잡아야지 전자팔찌를 채운다고 예방된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열린 정책토론회.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아동성범죄 전문가들이 나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반면 이를 찬성해 온 한국아동성폭력피해가족모임 송기운 대표는 “법이 통과된 지금까지도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며 “가해자의 인권 보호는 외치면서 정작 피해자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본 적은 있는가. 피해자 인권은 당연히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간과하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허양 성폭행·살해유기 사건 이후 수많은 대책이 쏟아졌지만 제도화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아동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없애거나 늘리는 방안도 부처협의 과정에서 무산됐다. 전자팔찌가 아동성범죄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의 방법은 되리라고 본다.”
분명 가해자의 인권을 상당 부분 침해함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사회분위기는 전자팔찌법 옹호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짙다. 아동성범죄가 피해아동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만큼, 그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흐름도 처벌 강화 추세
우리나라에서 아동성범죄는 형법이나 청소년성보호법 등을 통해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개정된 성폭력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어린이 유사강간에 대해 징역 3년 이상의 중형이 가능해지는 등 어린이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로 가는 흐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미온적 판결과 현장에서의 제 식구 감싸기 식 사건덮기가 아직도 횡행한다. 법에서 정한 형량은 높은데 실무에서 형을 선택함에 있어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로 석방하거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 등 실제로 법정에서 적용될 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입법은 중형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실제 범죄자 처벌은 가벼워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경찰대학 표창원 교수는 ‘아동 성폭력 근절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아동 성폭력 사건의 해결과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와 사회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표 교수는 “외국의 경우 성범죄자에게 수십 년이 선고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일정한 형기를 마치더라도 특별한 처벌이 뒤따른다”며 “한국에서는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성폭력의 법정형량과 성인대상 성폭력의 법정형량이 같지만 스위스의 경우 2004년 국민투표를 거쳐 아동성폭행범에게 무조건 종신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입법화됐고, 수감된 성범죄자는 2명의 정신과 의사로부터 ‘완치가 가능해졌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될 때에 한해 치료를 전제로 석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법이 미국의 메건법이다. 메건법은 1994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7살 소녀 메건이 이웃집 성폭력 전과자에게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되면서 제정됐다. 이 법은 성범죄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지역 사회에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2005년 4월 어린이 성폭행 전과자에게 살해된 9세 소녀의 이름을 딴 '제시카 런스포드 법안'에 따라 어린이 성폭행범의 최저 형량을 25년으로 높이고 출소 후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채워 집중 감시토록 하는 등 미국 대부분의 주가 아동 성폭행범을 사회로부터 장기 격리하고 있다.
표 교수는 “대부분 선진국이 실효성 있는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범 가능성을 낮추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의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는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수치심을 유발함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위로나 사회적 보복 효과 등을 거둘 수는 있겠지만 해당 성범죄자의 재범을 차단하는 실질적인 예방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아동의 보호와 치유
고통 상기시키는 2차 피해 막아야
피해아동의 정신적 고통은 수사과정에서 재발되는 경우도 많았다. 성폭력범죄를 신고한 경우 피해아동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진술하게 되는데 이 때 진술과 증언을 반복하며 또 한 번의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아동들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입는 2차, 3차 피해 방지방안에 관한 논의들이 꾸준히 제기된 결과 200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개정법에서는 아동피해자 진술의 비디오녹화방식을 명문화하고, 법원의 전문가의 진단소견 및 아동진술에 관한 전문적인 판단 조회, 아동증언 시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인정,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증인신문방법 채택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5년 경찰이 처리한 아동성추행 980건 중 95%가 진술녹화 됐음에도 검찰이나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서 이 진술녹화가 증거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법률이 현실적용에 있어서는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아동성폭력피해가족모임 송기운 대표는 “수사당국이 성폭력 피해 날짜와 시간, 가해자의 신체 특성, 당시의 느낌을 묻는 등 피해 아동을 보듬기는커녕 또 다른 피해를 주고 있다”며 “소아정신과나 아동심리학자와 상담한 비디오를 가지고 법정으로 가기도 하지만 이것도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 역시 '형사사법절차상의 2차 피해와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인권'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반복진술은 아동들에게 자폐증, 건물·대인공포증 등을 유발할 수 있음에도 어린아이를 5∼6차례 진술토록 하는 사례가 여전하다"며 "성폭력사건은 일반 폭력사건과는 특별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성폭력에 대한 일반사회나 수사기관 등 법 집행담당자들의 인식은 성폭력에 관한 고정관념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지적교육의 의무화,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지침의 보완과 징계절차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대질심문 금지, 심리 비공개, 성폭력 피해자 전담조사제, 인적사항 공개금지, 비디오에 의한 진술녹화 등 성폭력특별법의 규정들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배경 속에 지난 5월 25일에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와 수사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수사 검사 전문교육 과정이 개설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향후 개선되어야 할 과제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쉽게 믿고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평소 부모들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자기 몸의 소중한 부분을 타인이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는 점,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가르침은 물론, 잘못된 접촉이 있을 시 피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실질적인 대처방법 또한 가르치는 등 중요한 기본교육을 철저히 생활화해야 한다는 것. 이와 함께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 각 기관에서의 성폭력예방교육을 일찌감치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폭력의 예방이나 인권차원에서의 타인 존중에 관한 교육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욱 내실화하여 인권의식에 관한 감수성을 높이자는 의견이다.
그 밖에 성폭력 신고의무자들의 활발한 신고도 요구된다. 한국여성개발원 윤덕경 연구위원은 “학교현장에서 성폭력피해를 발견한 경우 수사기관에 신고하도록 관련법에 규정되어 있다”며 “신고의무자들의 활발한 신고를 통해 성폭력범죄가 드러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는 이러한 규정이 있어도 실제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동성폭력을 발견한 경우 신고의무자의 신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외국의 경험사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성폭력피해자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로써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따른 치료적 개입의 한계, 보험가입의 제약 및 의료보험거부문제 등 또한 심각하다. 범죄피해자에게 있어 심리치료 지원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정신과진료를 받게 되면 소송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범죄피해 이후 부모의 반응과 대응이 정신적 피해치료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아동 부모에 대한 교육과 지원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성폭력은 흔히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질 중의 악질범죄라 일컬어진다.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삶 전반에 걸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영적 살인’과도 같다. 하물며 채 여물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해진 성폭력은 그 상처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폭력적인 어른들에 의해 짓밟히고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사회가 좀 더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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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아동성범죄 처벌
◆미국
미국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석방되면 경찰이 이웃에게 알려주는 이른바 성범죄자 석방공고법(메건법)을 시행하고 있다. 또 2000년 7월에는 아동 대상 성범죄로 두 차례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기징역에 처해 무조건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도입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성범죄자의 집 앞에 '위험. 성범죄자가 여기 살고 있음' 이라는 팻말을 세워놓고 자동차에도 유사한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인권보호 및 사생활보호라는 여론이 있었지만 미 항소법원은 "어떤 문제라도 그에 앞서 아동들의 보호가 우선이다"라는 판단 아래 항소를 기각시키고 법률로서 제정하였다.
◆중국
14세 이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경우 상대 동의나 기타 상황에 상관없이 무조건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처해진다.
◆대만
대만도 1999년 아동복지법을 강화해 16세 이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7년에 처하고, 이름과 사진을 주요 지방신문을 통해 공표하고 있다.
◆영국
영국은 지난해 13세 이하의 어린이에 대해 성범죄를 저지르면 무기징역에 처하는 법안 초안을 마련했으며, 이 법안은 유사성행위도 성폭행으로 간주하고 성관계 장면을 16세 이하 미성년자에게 강제로 보이기만 해도 10년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성범죄자는 경찰에 의무적으로 거주지신고, 경찰은 해당 지역의 학교에 성범죄자의 정보를 제공해야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성범죄자의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도 함께 운영한다.
◆뉴질랜드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한 아동 성범죄 전과자들을 위성추적장치를 동원해 감시한다.
◆독일
성범죄자들은 정기적으로 경찰에 거주지를 알려야하는 의무신고 제도 운영. 재범자에 한해 DNA 중앙 데이터베이스 구축. 극히 드문 경우에 한해 외과적 거세 실시한다.
◆캐나다
성범죄자의 신원을 공개할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화학적 거세도 실시한다. 일주일에 한번 '데포 프로베라'라는 여성 호르몬 복합물을 주입한다.
◆스위스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위험한 성범죄자를 평생 사회에서 격리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새 법안은 2인 이상의 전문가가 위험하거나 갱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성범죄자의 경우 연령이나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종신 구속할 수 있고, 재감정이나 가석방을 불허하는 내용이 골자다.
◆일본
일본은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재범방지조치 대상자 등록부를 만들고 재범방지담당관을 지정해 특별 관리한다.
글/김혜경 사진/최경훈 기자 자료출처/호남해바라기아동센터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