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성마비장애인 밴드 '밀키웨이'
세상의 열린 마음 키워드는 바로 희망’이라고 외치며 세상을 향해 특별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시립뇌성마비복지관 소속 ‘밀키웨이’ 밴드가 그 주인공들. 그저 음악이 좋아 음악 하나로 뭉친 이들은 청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마음으로 뭉쳐 뛰어난 베테랑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들의 노래 속에 담긴 따뜻한 감동을 소개한다.
음악과 함께 나눈 세상을 꿈꾸다
토요일 오후 3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3층 대강당에서 밴드 연주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때 아닌 밴드 연주에 한참 연습 중인 친구들이 다름 아닌 주인공 ‘밀키웨이 밴드’이다.

밀키웨이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20대의 젊은 친구들이며, 현재 보컬 2명을 포함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03년 ‘뭔가 세상에 보여 주고 싶다’라는 자주적 의지로 결성했다.
이들이 사실 모인 이유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이다.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표출하여 세상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장애인들에게는 희망을 전달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게 되었다.
“처음 어린이용 드럼을 가지고 그저 재미로, 취미로 서로 장단을 맞춰보다가 ‘우리도 밴드를 한 번 결성해볼까?’하고 제안한 것이 오늘날의 ‘밀키웨이’가 탄생되었어요. 결성된 건 순전히 단순한 우연이지만, 지속적으로 저희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생기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현 밀키웨이 멤버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구수정(뇌성마비 2급, 24세)양이 밀키웨이 밴드에 대해 소개했다. 그녀는 이어 자신이 밀키웨이 멤버 인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밀키웨이 밴드의 귀염둥이로 통하는 피아노 담당 김예지(뇌성마비 2급, 23세)양은 “언니를 따라(구수정)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라며 “피아노 칠 때가 가장 행복해요”라고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베테랑 실력파
밀키웨이 밴드는 결정된 지 올해로 7년째로 접어든다. 그동안 자중모임을 가진 그들은 3년 전, 시립뇌성마비복지관에서 정식 프로그램으로 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아 소속 멤버로서 발을 딛게 되었다.

담당 사회복지사 김선화씨는 “자신의 몸조차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뇌성마비장애의 특성을 살려 드럼 3개로 분리하고 피아노를 여섯 손가락으로 연주를 해야 하지만 서로가 이해하고 협력하여 하나의 감동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밀키웨이 밴드 연주를 지휘하고 있는 담당 강사 박현진 씨는 “매주 토요일 마다 함께 모여 연주 연습을 합니다. 아이들이 워낙 음악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연주한 친구들이라 모두 실력이 좋아요”라며 자랑했다.
밀키웨이는 장애인 복지계 공연무대에서는 꽤 유명한 밴드이다. 결정한 지 1년 후, 2004년 10월 ‘난장페스티벌 참가’ 금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5년 4월 ‘제 25회 장애인의 날 기념 장애인 장기자랑대회’ 금상 수상, 2006년 6월 피아니스트 윤효간의 콘서트 ‘피아노와 이빨’에 게스트로 출연, 2008년 9월 오뚜기 축제 장기한마당 ‘하이파이브’ 우수상 수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자랑했다. 지난해 5월 18일 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주최로 진행된 ‘2009 장애인식개선 한마당 행사’에선 또다시 대상을 수상하는 등 밀키웨이 밴드의 위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도 이번 해 10월 제1회 아이소리축제 대학동아리 ‘소리난사’와 합동공연에서 전국의 많은 청소년들이 관람한 가운데 밀키웨이 밴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드럼 담당 송형배(뇌성마비 1급, 20세)군은 “지난 10월에 했던 ‘소리난사’와 함께 했던 공연은 제게 황금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도움이 되었던 공연”이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서로의 배려로 큰 힘 얻어
“처음 공식 무대에 섰을 때는 하도 떨려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조차 기억 못할 정도였다”고 말한 밀키웨이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동안 연습했던 장면들이 필름처럼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고 했다.
구수정(뇌성마비 2급·24세)양은 “어떤 땐 긴장을 많이 해 가사를 잊어버릴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하지만 무대 위에 서는 건 항상 흥분되고 기분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공연할 때 느끼는 것은 ‘연습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다’라는 점이에요”라며 연습의 힘이 컸음을 밝혔다.
이들의 연습모습은 여느 밴드들과는 사뭇 다르다.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는 뇌성마비의 특성상 유연하게 스틱을 두드리며 헤드뱅잉까지 구사하는 일반 드러머의 모습은 기대할 수 없다. 다른 밴드와는 달리 밀키웨이에는 드러머가 세 명이다. 이는 드럼 따로, 심벌즈 따로 분리한 수이며, 혼자서 복잡한 드럼을 다 연주할 수가 없어 하나의 드럼을 셋으로 분리해 각각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 건반을 맡고 있는 김예지(뇌성마비 2급, 20세)양의 경우에도 열 개가 아닌, 여섯 개의 손가락만으로 반주를 한다.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심벌 담당 조미옥(22세)양은 “제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심벌 연습은 특히 다른 사람보다 많이 하는 편이에요. 힘들지만 그래도 악기를 다룰 때 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새롭고 좋아요”라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몸 다루는 것이 일반인처럼 쉽지가 않다보니 처음엔 서로 음이 맞지 않아 싸우고 토라질 때도 꽤 많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본 경험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엄마와 있는 시간들이 많아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대화방식에 익숙치 않았던 탓도 있었다. 때문에 서로가 생각하던 화음이 나오지 않으면 먼저 화부터 내고 짜증을 부리는 모습들을 쉽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밀키웨이’만의 음악이 점점 완성돼가면서 이런 멤버들의 모습들도 점차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듬고 채워나가는 새로운 대화방식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무대는 열린 감동
무대 위에 올라서면 넘쳐나는 끼로 춤까지 춰가며 열정적으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가끔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하는 관객들도 있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고 밀키웨이는 말한다. 항상 자신들을 소개하면서 하는 말, ‘우리는 음악을 잘해서 모인 게 아니라 음악을 좋아해서 모였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음악 하나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들은 MP3를 귀에 항상 꽂고 다니면서 노래를 익히고 멤버들끼리는 가끔씩 노래방에 가서 자신들의 끼를 표출시킨다. 그것이 무엇보다 ‘어울려서’, ‘같이’ 음악을 한다는 것이 매우 즐거운 듯했다.
두 번째 보컬 담당 임여진(뇌성마비 2급, 21세)양은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사람들의 시선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저희는 관객들의 호응이 좋을 때 큰 보람을 느껴요”라며 밴드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그동안 밀키웨이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 김선화씨는 “아이들의 열정은 대단한데 이를 이끌만한 선생님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현재 전문적인 강사 선생님께서 맡아주게 되면서 아이들이 더욱 성숙해질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악보로는 이들의 연주를 지휘할 수가 없기에 때때로 편곡도 하고 상황에 맞게 연주법을 교정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선생님이 필요했는데, 지난해부터 자원봉사 선생님을 섭외, 겨우 반주를 맞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법 같은 노래 부르다
인터뷰가 끝난 후, 전문 강사 박현진 씨의 힘찬 지휘아래 잠시 중단 됐던 연습 반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연주에 맞춰 구수정양과 임여진 양은 마이크를 부여잡고 함께 다정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곡은 밀키웨이 자작곡 ‘꿈이 보일거야’이다.
듣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지는 밀키웨이의 대표적 노래다. ‘꿈이 보일거야’는 대공연장에서 가장 앵콜 요청이 많은 곡이다. 이외에도 ‘거위의 꿈’, ‘사랑으로’ 등과 같은 따뜻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른다. 밀키웨이가 연주하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마법에 빠진다. 울려 퍼지는 음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맑은 영혼이 담긴 목소리가 닫힌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해준다. 사람들은 이 때문에 그들을 ‘은하수 천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으로 기존의 음악성을 바탕으로 밝고 활동적인 느낌이 담긴 대중적인 음악도 함께 곁들어 또 다른 밀키웨이를 선 보이겠다는 구수정 양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비록 그들의 음악은 여느 화려한 밴드들처럼 재미있고 신나지는 않지만, 세상에 힘을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른다는 점이 더욱 빛나게 한다. 그들이 말하는 꿈꾸는 세상이 되는 그날까지 밀키웨이의 연주가 끝없이 지속되길 바란다.
문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