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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외모에 높은 관심, 노인 꼬리표는 싫어

기사승인 2011.10.20  10: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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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시니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시니어 라이프 스타일

대한민국의 시니어들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 또 이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소비패턴은 어떨까? 정권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서울, 대전, 광주, 부산 4개 도시 60세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년층 라이프스타일 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의 시니어는 실제 나이보다 스스로를 훨씬 젊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생리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과 외모 가꾸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강했다. 시니어 세대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간절히 원하면서도 ‘노인용’ 꼬리표가 붙는 것은 매우 싫어했다. 또 인생은 아직도 발전의 과정에 있으며 지금보다 더 안정된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정권 교수의 보고서를 토대로 시니어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봤다.

 

안정된 경제력 바탕 여생을 즐기다
# 최근 발표된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35.1%는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 상태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빈곤률 14.1%보다도 2.5배나 높은 수치다.
# 유통업계는 시니어 세대의 소비가 경기가 좋건 나쁘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 20~40대 고객들의 매출은 2006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5%까지 떨어지는 등 주춤했지만, 50대 이상은 4~22%의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70대 이상 여성의 경우 22%나 매출이 증가하는 등 실버 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고령 소비층에 대해 우리가 자주 접하는 두 가지 유형의 기사다. 노인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한편, 안정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여생을 즐기는 뉴실버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 손으로 주목 받기도 한다.
상반된 기사 내용처럼 이 시장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양 극단에 집중돼 왔다. 물론 양 쪽 모두 부인할 수 없는 국내 시니어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마치 이것이 전부인 것처럼 이 시장은 소비력이 약하다는 회의론이나 최고급 VIP 마케팅만이 존재할 뿐, 대중 소비자로서의 시니어들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미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고 2026년이면 5명 중 1명이 될 전망이다.
상대적인 많고 적음은 있겠지만 어쨌든 누구나 소비는 한다. 이제는 일상적인 소비를 하는 생활인의 관점에서 이 거대 소비 집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선진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올해는 단카이 세대가 모두 환갑이 된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우리보다 20년쯤 선배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시니어 시장을 타깃으로 한 연구 조사가 활발했다. 일본 최대 광고 회사 덴츠는 2001년부터 ‘덴츠 시니어프로젝트’를 시작해 시니어 소비자에 대한 시계열 조사 연구 및 사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제2의 광고회사 하쿠호도도 2000년 ‘엘더비즈니스(Elder Business) 추계실’을 설립해 50세 이상 소비자들과 관련된 조사 업무를 일원화시켰다. 또 HOPE 서베이라는 정기 조사를 통해 시니어 계층의 소비를 이해하기 위한 광범위한 자료를 축적해 오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니어 대상 소비자 조사, 특히 시계열적으로 비교할만한 연구가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시니어 세대는 지금까지 고령자 대책을 위한 행정 조사의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극히 일부의 상품을 제외하고 마케팅의 대상으로 여겨진 적은 드물다.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 들었다 재미를 보지 못했던 실패의 경험은 기업들을 이 시장에 대해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시니어 시장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이들 소비 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의 한계가 먼저 극복돼야 한다. 정권 KDI 교수의 보고서는 시니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으로 생리적 나이, 라이프 스테이지, 라이프스타일의 3가지를 주로 사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에 실버산업이라고 규정했던 것들은 대개 생리적 노화와 관련된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버 주택, 개호 서비스 등 흔히 ‘노인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사업들이 대표적이다. 라이프 스테이지는 은퇴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에 따른 사회관계 및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금융권에서 은퇴 이후의 경제력에 대한 불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그러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소비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유는 불편하거나 불안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심리적 상태, 사회적 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욕구와 개인적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시니어들이 일상적 소비에서 어떤 취향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시니어들에게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과의 비교가 필요하다. 또 시니어들의 가치관이나 욕구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동일 연령 집단에 대한 과거 조사와의 시계열적 비교가 유용하다.

내 인생은 아직도 발전 중
흔히 황혼기, 여명과 같은 말로 노년기의 삶을 표현하지만 상당수의 시니어들에게 인생은 아직도 발전의 과정에 있으며 지금보다 더 안정된 내일에 대한 기대가 있다.
정권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니어들은 현재의 경제적 상황은 빠듯한 편이며(69.5%), 돈을 쓸 때도 매우 신중한 편이지만(90.0%) 미래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이러한 낙관론이 두드러졌다. 또 과반수이상(52%)의 응답자가 ‘현재가 내 인생의 최고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했다. 이 역시 나이가 젊고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누가 뭐래도 마음은 청춘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듣기 좋은 칭찬이겠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칭찬이라기보다 너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응답자의 71.2%는 스스로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커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60대에는 50대 정도로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10살 이상 젊게 느끼는 사람이 12.3%에 불과하지만, 80대가 되면 10살 이상 젊다고 느끼는 사람이 36%까지 늘어난다.
비록 육체적인 나이는 먹어가지만 마음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몇 살로 느껴진다’ 외에 ‘몇 살로 보이는가’, ‘몇 살의 흥미 수준을 가지고 있는가’, ‘몇 살처럼 행동하는가’와 같은 유사한 질문에도 대부분이 스스로를 실제나이보다 젊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노령’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는 ‘몸이 쇠약해 질 때(78.8%)’에 가장 높은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부를 때(74.4%)’,’손자, 손녀가 생겼을 때(64.2%)’와 같이 타인과의 관계나 호칭에 따라 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그 다음을 이었다. 이는 결국 아직 신체가 건강하고 스스로가 나이 들었다고 자각하지 않는 이상, 물리적인 나이 때문에 ‘고령자’로 규정될 수는 없다는 시니어들의 생각을 말해준다.

건강과 외모 가꾸기로 젊음을 붙잡는다
나이가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이 되려면 나이보다 젊은 외모와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들에게는 ‘운동과 다이어트로 건강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는 것(81.1%)’,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75.5%)’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장년과 고령의 경계선 상에 있는 60대 초반(91.8%)과, 젊게 보이기 위한 경제적 투자가 가능한 고소득층(87.5%)일수록 더욱 그렇게 느낀다.
 고소득층의 경우 최신 유행 스타일의 패션이나 젊어 보이게 하는 화장품에 관심이 높다. 특히 화장품과 같이 지출 가능한 선에서 하이엔드 소비가 가능한 ‘작은 사치형’ 제품은 고소득층뿐 아니라 중간 소득층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시니어 이들 소비자의 구매 여력에 따라 가격대만 적정 수준으로 맞춰질 수 있다면 젊음을 붙잡기 위한 투자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자녀에게 신세는 “NO”, 자녀의 부모부양은 ”YES“
일본 광고회사 하쿠호도에서 50세 이상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가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원조를 바라거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대로 ‘자녀나 손자에게 재산을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66.9%가 ‘남기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자녀로부터의 독립과 자녀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생각은 어떨까? 응답자의 81%가 ‘비록 내가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게 되더라도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일본 정도는 아니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독립 의사를 보였다.
반면 ‘나는 내가 모은 재산을 노후를 위해 쓰기보다는 부족하더라도 일부를 자녀를 위해 기꺼이 쓰고 싶다’에는 74.4%나 되는 응답자가 동의했다. 자녀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부모들보다 더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무조건 베풀어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녀로부터의 독립 의지가 높으면서도 78.1%라는 상당히 많은 수의 응답자가 ‘자녀들은 부모의 노후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의견은 전 소득 계층, 전 연령층에서 고르게 높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상대적으로 젊은 시니어인 60~64세 그룹은 고소득층이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돕는 것을 더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각자가 독립적으로 살자’는 일본 및 여타 선진국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나도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고 자녀도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해 줄 것에 대한 기대가 높다.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어찌 보면 독립심보다 자식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 아무리 어르신들이 독립적이 된다 해도 효는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남아 있다는 증거다.

나이 들어서는 돈이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의 가치를 등한시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의 시니어들이 ‘돈이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77.9%)’는 생각에 동의했다. 시니어들에게도 소비는 매우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성향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고소득층에게서 높이 나타났다.
스스로를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비중도 소득 수준별로 편차가 극명했는데, 이는 인생의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가 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나이가 들어서는 돈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돈을 움켜쥐고 있는 시니어들은 소비 의지가 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응답자의 46.7%는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종종 유명 브랜드를 구입하며 65.5%는 쇼핑하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정권 교수는 “시니어들의 가치관과 욕구를 정리해 보면 이들은 숫자로서의 나이를 거부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독립적인 삶을 지속하고 싶어한다”면서 “돈과 소비는 이들을 독립적이고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게 하는 수단이다”고 설명했다.

액티브 시니어, 그들을 말한다
특정 집단의 소비 가능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경제력이다.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만연한 가운데서도 고소득층 대상의 최고급 실버타운이나 컨시어지 서비스에 대한 검토는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력 이외에 소비 동기, 즉 욕구가 중요하다. 앞서 살펴본 라이프스타일 특징에 따르면 많은 시니어들이 실제 나이와 인지 나이의 격차가 크고 건강 상황도 인지 나이와 보다 밀접하다. 즉 인지 나이가 물리적 나이보다 개인의 소비 욕구 차이를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잠재 고객의 관점에서 시니어들의 욕구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경제력과 인지 나이에 따라 4그룹으로 분류해 보았다.
이 가운데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인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그룹은 시니어 시장이라는 거대 소비 집단의 부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액티브 시니어’라 칭한다.

인생에 만족하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쉽다
이들은 지금도 경제 상황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그룹 대비 양호하지만 미래에 대해서도 다른 그룹보다 좀 더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다. 주택을 활용한 노후 자금 마련에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소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과감한 태도를 보였다.
또 가장 건강하고 인생 전반에 대한 만족도도 어느 그룹보다 높았다. 하지만 현재가 만족스러운 만큼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현재가 내 인생에 최고이고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에 비슷한 소득 수준의 다른 집단보다 낮은 수준의 동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안정적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인지 나이와 실제 나이의 격차가 적은 사람들이 현실을 더 긍정하는 셈이다.
노인을 칭하는 호칭에서도 다른 그룹들은 모두 ‘구체적 연령’을 ‘실버 세대’ 다음으로 선호했으나 이들은 나이에 대한 직접적 언급보다 ‘시니어’라는 호칭을 더 선호했다. 아직은 건강하고 전혀 노인으로 느껴지지 않아 지금은 행복하지만 자꾸만 숫자가 올라가는 나이와 이 다음에 찾아올 변화는 이들에게 아직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다. 패션, 미용, 건강 및 여행 상품 시장의 큰 손?좋은 만큼 보내기 아깝고, 아까운 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가는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노력하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유독 아쉬운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한부를 사는 두 노인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실행해가는 ‘버킷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가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원을 ‘해치우기’ 위해 주인공들이 타지마할에서 세렝게티까지 전 세계를 바쁘게 종횡무진 했던 모습과 카레이싱, 문신, 프로펠러 비행까지 시니어들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소원의 내용이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현실에서도 젊은이 못지않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젊음을 지속시켜 줄 패션, 미용, 건강과 관련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며 흘러가는 시간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질적 경험을 중시한다.
누구나 그렇지만 가능한 한 젊게 보이는 것을 특히 중요시한다. 최신 유행 스타일의 옷과 화장품 소비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이들은 또 여행 상품의 가장 큰 소비 계층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4회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한 사람들의 비중도 이 그룹이 가장 높다.

나는 독립적인 사람
액티브 시니어는 경제력 있고 젊은 마인드를 가진 만큼 스스로를 독립적이라 여기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그래서 정년 후에도 계속 일을 해 경제적인 자립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여행을 갈 때도 여행사에 의뢰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 세우기를 좋아한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들뿐 아니라 인지 연령이 낮은 집단의 특징이기도 하다. 또 자녀들에게는 그 어떤 그룹보다 헌신적이지만 자녀에게 부모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데 동의하는 비중은 가장 낮다.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이들의 인생관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사회로 확대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들은 ‘시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불안 때문에라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는 역학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일에서는 은퇴해도 사회에서는 은퇴하지 않는 세대다.
개인주의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젊은이들의 사회 참여가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거 때 가장 부지런하다는 농담처럼 시니어들이야말로 사회 참여에 열심인 집단이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가장 높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금의 불편함 쯤은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친환경 관련 소비인데,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며, 친환경 제품이라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데 가장 높은 지지의사를 보인 것도 이 그룹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 ‘액티브 시니어’라고 할 만한 그룹이 다수를 차지하지는 못한다.
대개 경제적 여력이나 건강과 같은 물리적 조건의 한계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은 현실에서는 조사 표본보다 비중이 더 작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년기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젊은 세대들은 이미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기 위한 물리적 조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들이 준비된 조건과 젊은 마음을 가지고 시니어로서의 삶에 진입하고 더 많은 액티브 시니어가 존재하게 될 때, 시니어 시장의 정의는 새로 써져야 할 것이다.

시니어 소비는? 매장 충성도↑
소비 경험이 오래 축적된 시니어들은 브랜드나 상점에 대한 선호가 확고히 자리 잡힌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많은 시니어들이 익숙한 브랜드, 매장을 주로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64.9%)보다 매장에 대한 충성도(81.7%)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이다. 여성일수록, 고소득층일수록 매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이는 시니어들이 단골 매장과 오랜 관계를 형성하고 소비에 있어서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는 고소득층보다 높았고 매장 충성도는 고소득층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고소득층의 경우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고 실패를 해도 부담이 적은 반면, 저소득층은 구매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더 높기 때문에 잘 아는 브랜드로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높을 수 있다.
또 저소득층은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 비교를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매장에 대한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라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쇼핑은 어디서? 동네 상점의 부활
1996년 국내 유통 시장이 개방되면서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대형마트는 재래시장 및 골목 상권을 대체하며 국내 유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문을 연 삼성동 코엑스몰과 강남 센트럴시티는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한 원스톱 쇼핑, 체제형 쇼핑 문화를 개막했다.
 하지만 유통 시장의 대형화 바람에도 시니어들은 여전히 소규모 동네 소매점을 많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의복 구매 장소의 경우 동네 양품점이 24.2%로 가장 높았다. 백화점은 12.8%에 불과했다.
지난 2007년 패션 채널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장소는 백화점이 40%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인터넷 쇼핑몰(18%), 아울렛(13%), 할인점(9%)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20~30대 젊은 층이 전체 응답자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의류 쇼핑에서 젊은층과 시니어들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식료품의 경우도 대형마트(34.8%)보다 슈퍼마켓(39.8%)이나 동네 구멍가게(15.8%)등 동네 소매점에서 구입하는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생필품은 대형마트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44.6%) 생필품 쇼핑의 주체인 여성 응답자의 경우 슈퍼마켓(42.6%) 구매 비중이 더 높아 여기서도 동네 상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었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쇼핑에서 동네 상점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는 이동 편의성 때문이며 저렴한 가격이나 제품 구색은 시니어들이 쇼핑 장소를 결정할 때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는 요인이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일수록 동네 상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특정 소매점 선택의 이유로 이동 편의성을 꼽는 경우도 더 많았다.
이는 여성 시니어의 경우 운전자 비중이 낮고 혼자서 먼 거리로 이동하는 데 제약이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성도 70세 이상에서는 동네 상권의 이용 비중이 높아졌다.
단, 시니어들 가운데서도 인지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젊은 사람들일수록 식품을 제외하고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중심 상권의 대형 유통 채널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 혁신의 파고 속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알려진 동네 소상점이 시니어들에게는 아직 인기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오랫동안 이용해 온 단골 가게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아무리 싸게 살 수 있어도 도심의 매장까지 가는 것은 피곤하다는 생각도 한 몫 한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하게 설명을 듣기 원할 때, 가능하면 안면이 있고 신뢰가 쌓인 동네 상점이 편하다.
이러한 니즈에 맞게 서비스를 설계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거대 시니어 시장에서 동네 상점의 부활도 기대해 봄 직 하다.

광고는 여전히 중요한 정보원
광고가 소비 유발에 가지는 효과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시니어들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수준의 광고 호응도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들은 광고가 전하는 정보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높았고 마음에 드는 광고를 보고 구매 동기가 가장 높아지는 그룹이기도 했다. 각종 사회 행사, 제품 서비스 관련, 건강 관련 정보를 얻는 경로도 일반적으로 TV 등의 대중 매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니어들에게 매체 광고는 아직도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알 수 있다.

‘노인용’은 싫지만 나를 위한 제품 정보는 필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때 중요한 불문율이 하나 있다. ‘노인용’이라는 것을 너무 극명하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니어 대다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이 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명시해야 한다(82%)’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용 제품은 거부하지만 시니어들에 맞춤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절히 원하고(88.8%), 나이든 사람에게 더 많은 할인 혜택이 제공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85.3%). 결국 문제는 노인용 제품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세련되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을 지칭할 때 어떤 호칭을 사용할 것인가라는 이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용어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서 시니어들은 ‘실버’라는 단어를 가장 선호했고, 그 다음으로 60세 이상, 65세 등 ‘구체적인 숫자’를 활용해 지칭하는 것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시니어’라는 단어 역시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편이었다. 반면 은퇴자, 고령자, 노인 등의 단어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특히 ‘노인’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타 의견으로 ‘어르신’, ‘선생님’과 같은 존칭의 표현을 선호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호칭 사이에 이렇게 선호가 갈리는 원인을 생각해 보면 호칭이 내포하는 이미지를 지적할 수 있다.
‘실버’는 단어 자체가 갖는 중의적 의미와 오랜 기간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돼 오면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경우다. 구체적인 숫자는 연령 자체에 대한 선입관만 없다면 중립적인 표현이다.
시니어, 어르신 등은 존칭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은퇴자, 고령자, 노인 등의 단어는 사회적, 생리적으로 이전의 삶과는 다른 ‘변화’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따라서 호칭에서 ‘노인 이미지’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어른’이라는 호칭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령을 한정하는 말, 이를테면 ‘60부터의 당신’과 같은 문구도 정보적인 의미에서 조심스럽게 사용된다면 크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연령에 대한 이미지 자체도 계속 변한다.
과거에는 50세는 여성으로서 나이 든 느낌이 강했지만 요즘은 50대면 아직 한창 때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마 60대 청춘이라는 말도 홍보성 멘트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다. ‘OO을 기억하는 당신’과 같이 세대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키워드를 사용해 그것이 시니어 집단을 위한 제품임을 연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제품, 서비스에 너무 젊은 모델이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81.7%)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광고에서의 노년층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제품 구입의 강한 동기가 되고 있기 때문에(84.7%)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들이 닮고 싶은 적합한 롤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 교수는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아직 시니어 시장의 빙산의 일각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며 “시니어 소비 시장에 대한 더 많은 비교연구와 고민이 있은 다음에야 이 거대 잠재 시장의 기회가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리/김인수 기자 도움/LG경제연구원 사진/성북노인종합복지관 외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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