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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이후 동네풍경 '살벌'

기사승인 2017.07.26  11: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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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학원가. 미술학원과 태권도장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건물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오후 5시경. 초등생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자신의 엄마에게 쏜살같이 달려갔다. 아이들 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고 승용차에서 기다리던 엄마는 다급하게 아이들을 픽업해 차에 동승시켰다. 엄마들의 불안한 고성이 오갔다. 아이들이 조금 늦으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아이를 만나자마자 다그치는 모습도 보였다.

인천 초등생의 참혹한 사건이 있던 3월 29일 이후 달라진 동네 일상의 한 단면이다.

이곳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생 A 양(8)이 김모 양(17·구속 기소)에게 무참히 살해된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다.

A 양이 살던 곳은 1000채 규모의 제법 큰 아파트 단지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동네 중고교생을 ‘언니’ ‘오빠’로, 친구 엄마를 ‘이모’라고 불렀다. 그러나 사건 이후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다. A 양이 유괴됐던 아파트 앞 공원은 하루 종일 텅 비어 있었다.

공원 한쪽에는 높이 2.3m의 빨간색 전화 부스가 세워졌다. 안에는 수신자 부담 전화기가 놓여 있다. 긴급 상황 때 아이들이 걸 수 있다. A 양이 다니던 초등학교 학생들은 더 이상 등하교 때 공원을 지나지 않는다. 그 대신 아파트로 직행하는 쪽문을 이용한다. 아파트 옥상 문에는 카드로 열 수 있는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됐다. 사건 직후 근처 중고교생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와 물탱크(시신 유기 장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바람에 생겼다. 시신 일부가 버려졌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기도 모두 교체됐다.

엘리베이터는 가장 공포스러운 장소다. 김 양이 A 양을 데리고 탄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가 공개된 탓이다. 이제 ‘낯선 사람과 타지 않기’는 기본이다. CCTV 화면이 떠올라 10층까지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부모가 1층으로 내려와 자녀와 함께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셔틀’까지 등장했다.

무엇보다 불신의 전염 속도가 걷잡을 수 없다. 이웃의 관심을 ‘범죄 예비 동작’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며칠 전 50대 남성이 “귀엽다”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버럭 화내는 부모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초등학생 남매를 둔 한 엄마는 “키즈폰을 사주고 시간 단위로 위치 추적을 한다. 아이들 뒤만 밟는 ‘그림자 인생’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주민들의 2차 피해로 번졌다. 본보가 아파트 주민 165명을 상대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이 즉각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이었다. 사실상 ‘범죄 재난’ 상황이다.

김명화 mh6600@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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