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가 가장 큰 문제
적발과 처벌 강화 등 법 철저히 적용 주문
공무원의 부패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온정주의적인 사법처리를 지양하고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모임 공동대표는 7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열린 ‘공직자 윤리의식 제고 및 부패방지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대표는 “아무리 훌륭한 법제도가 마련된다고 해도 법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고, 그 적용이 철저하지 못하다면 그 법제도의 실효성이 없는 것이고, 공직자 비리는 만연되고 사회적 관용이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익위의 조사결과에서 우리 국민이나 외국인이 공무원 부정부패의 가장 큰 발생 원인으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를 들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향후 우리 사회의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강화’가 38.7%로 ‘부패를 유발하는 법, 제도와 행정규제 개선’(17.4%)이라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패방지를 위한 우선적 해결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서는 ‘구성원의 직업적 윤리의식 확립’(8.2%), ‘부패방지 감시기능의 강화’(4.9%), ‘부패방지를 위한 처벌강화’(4.3%) 순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공직사회는 일반국민의 인식이나 사법기관의 처리에서도 부정부패가 매우 구조화돼 있어 정부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가 감소되지 않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법원에서 뇌물과 직권남용 등 공무원범죄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낮고 실형의 경우 법정형 하한선에 머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행유예의 비율도 50%가 넘는 등 온정주의적인 사법처리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대검찰청의 범죄통계표에 따르면 공무원범죄의 경우 1100건이 입건돼 5.4%인 59건이 기소됐고 이중 1.5%인 16건이 구속ㆍ구공판 됐으며, 이중 82.9%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사법연감은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가 판결 사건 688건 중 225건이 제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또 “공직자 비리의 대표적인 뇌물죄의 경우 뇌물죄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함부로 사면하지 않는다면 뇌물을 주고받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해서도 정당한 처리를 주문했다.
이 대표는 “우리 국민들은 권력형 부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한 처리보다는 정치적으로 처리됐다고 인식하거나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집권세력이 개입된 권력형 부패 사건이 정당하게 처벌되지 않는다는 국민적 의혹이 언제나 해소되지 않고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부패나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비리에 연루된 대통령 측근이나 고위공직자들은 형집행정지 또는 가석방의 형식으로 풀려나고, 얼마 후 사면되는 것이 반복돼 왔다”며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사면ㆍ복권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권력형 비리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익위가 지난해 12월 5일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표한 부패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의 50.5%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해 내국인의 인식(57.1%)과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는 한국사회의 부패발생 원인에 대해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34.5%)가 가장 큰 원인이고, 다음으로 ‘각종 부패를 유발하는 법ㆍ제도와 행정규제’(18.5%)라고 응답했다.
특히 조사대상 외국인의 5.5%는 지난 1년간 공무원과의 업무관계로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권익위가 지난해 11월 19일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 국민의 57.1%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기업인은 40.9%, 공무원은 3.1%만이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부패유형으로는 ‘직위를 이용한 알선ㆍ청탁’(33.0%), ‘금품수수’(18.0%)라는 것이고, 일반국민 2.5%, 기업인 19.3%가 지난 1년간 공무원과 업무관계에서 ‘금품ㆍ향응ㆍ선물’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제공의 형태로 ‘유흥접대’(39.3%), ‘상품권’(36.3%), ‘현금’(35.6%) 순으로 응답했다.
금품을 제공하게 된 동기로 일반국민은 ‘관행상 필요하다는 주위 권유에 의해서’(34.3%)가, 기업인은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34.8%)가 가장 많았다.
우리 사회의 부패발생의 원인으로 일반국민은 ‘부정부패에 대한 관대한 처벌’(24.1%), 기업인은 ‘부패를 유발하는 법ㆍ제도와 불합리한 행정규제’(29.3%)라고 답했다.
권익위가 지난해 9월 여론선도층(510명)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결과에서 공무원들의 전반적인 부패수준은 40.8%가 부패하다고 응답했고, 입법ㆍ정치 분야의 부패가 67.8%로 가장 높았다.
공직사회의 부패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패에 관용적인 사회문화’(28.4%)를 지적해 국내 거주 외국인의 조사결과와 동일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회복 ▲검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의 임무 충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친인척의 인사나 중요정책 배제 ▲고위공직자 비리를 통제하고 수사하는 기구의 권력으로부터 독립 ▲대통령 권한 집중 체제를 개혁 등을 제안했다.
이헌 대표는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부패문제의 해결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의 강화’를 들다”며 “국민의 인식이 바꾸어질 수 있도록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선진화의 기초를 조성하는 데에 우선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11월 10일 국제투명성기구 발표에 따르면 2009년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는 10점 만점에 5.5점으로 지난해에 비해 0.1점 하락했다. 선진국은 보통 7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순위로는 전체 180개국 중 브루나이, 오만 등과 공동 39위를 기록했으며, OECD 30개 회원국 중 22위다.
김인수 기자